[삼성동=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남자프로농구 이선 알바노(28·원주DB)가 '아시아쿼터' 사상 최초로 국내선수 MVP에 등극했다. 알바노는 리그 최정상급 가드로 활약하며 올 시즌 DB의 정규리그 우승을 진두지휘했다. 2020년 KBL에 아시아쿼터가 도입된 이후 한국 선수들이 국내 MVP를 지켜냈지만 올해 그 벽이 무너졌다.
KBL은 1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2023~2024시즌 정관장 프로농구' 시상식을 개최했다. 국내선수로 간주하는 아시아쿼터에서 처음으로 MVP가 탄생했다. 알바노(50표)는 단 세 표 차이로 팀 동료 강상재(47표)를 따돌렸다. 강상재는 베스트5로 아쉬움을 달랬다. DB는 외국인 선수 MVP까지 싹쓸이했다. 디드릭 로슨(DB)이 패리스 배스(수원KT)를 제쳤다. 커리어에서 한 차례 뿐인 신인왕은 유기상(창원LG)이 영광을 안았다. 유기상은 "겸손하게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감독상은 부임 첫 해 정규리그 우승을 이룬 김주성 DB 감독에게 돌아갔다. 이정현(고양 소노)은 5관왕에 올랐다.
올해 국내 MVP는 알바노와 강상재의 DB 집안싸움으로 예상됐다. 지난 시즌부터 한국에서 뛴 알바노는 리그에 적응하며 뚜렷하게 성장했다. 강상재는 팀을 위해 포지션 변경을 감수하는 등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김주성 감독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그는 "알바노는 작년과 비교하자면 다방면에서 능력치가 올랐다. 훨씬 훌륭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수비적인 면도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강상재에 대해서는 "국내 공헌도 1위로 알고 있다. 그 지표는 '넘사벽'이라고 생각한다"며 선뜻 누구의 편을 들지 못했다.
알바노는 시즌 전 경기인 54경기를 소화했다. 1715분56초 동안 코트를 누볐다. 출전 시간 전체 2위이자 국내 1위다. 경기당 15.9점-6.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높은 기량을 꾸준히 유지했다. 지난 시즌 약점으로 꼽혔던 체력 문제를 극복했다. 완성형 가드로 다시 태어났다. 드리블과 돌파,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슈팅에 지구력까지 갖췄다. 알바노는 "정말 영광이다. 팀 감독과 코치, 가족, 팬들에게 감사하다.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뛰겠다"고 말했다.
알바노 다음으로 빛난 선수는 이정현이었다. 이정현은 20년 만에 부활한 6개 계량 부문(득점, 3점슛, 리바운드, 어시스트, 스틸, 블록) 기록상의 최대수혜자였다. 이정현은 스틸, 어시스트, 3점슛까지 3관왕에 기량발전상, 시즌 베스트5까지 거머쥐었다. 이정현은 "이번 시즌에 눈에 띄게 기량이 발전한 선수들이 많은데 내가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라며 "내년에는 팀 승리도 책임질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 항상 감사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열심히 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규리그는 물론 국제대회인 EASL(동아시아슈퍼리그)까지 출전하며 경험을 부쩍 쌓은 오재현(25·서울SK)은 새로운 최고의 수비수로 등극했다. 4년 연속 문성곤(수원KT)이 독식해온 최우수수비상을 오재현이 차지했다. 오재현은 "꼭 받고 싶었던 상이었다. 이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감독 코치님들께 감사드린다. (문)성곤이 형이 4년 연속 이 상을 받으셨는데 내가 깨보도록 하겠다"며 포부를 내세웠다. 인기상은 허웅(부산KCC)이 5년 연속으로 차지했다. 허웅은 "원정을 홈처럼 만들어주신 팬들 덕분에 힘이 더 났다. 팬들께 감사하다"라며 손가락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베스트5는 이정현 강상재, 알바노, 로슨, 배스였다. 박인웅(DB)이 최고의 식스맨으로 뽑혔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