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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손자' 열풍 몰아칠 조짐, 이정후 데뷔 첫 3경기 '우상' 이치로보다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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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데뷔 3경기 만에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뽑아냈다. 리그 적응에 상당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란 일각의 우려를 말끔히 지워버리고 있다.

이정후는 3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을 포함해 4타수 1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9대6 승리를 이끌었다. 샌프란시스코는 2연승을 달리며 2승1패를 기록했다.

이정후가 홈런을 터뜨린 것은 3-1로 앞선 8회초다.

1사후 4번째 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샌디에이고 좌완 톰 코스그로브를 상대로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77.8마일 몸쪽으로 떨어지는 스위퍼를 그대로 끌어당겼다. 32도의 발사각에 104.4마일로 날아간 타구는 우측 펜스를 훌쩍 넘어갔다. 샌디에이고 우익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펜스까지 쫓아가다 도저히 잡을 수 없었는지 그대로 속도를 줄이며 타구의 낙하지점을 확인했다. 비거리 406피트.

메이저리그 데뷔 3경기, 13타석 만에 터뜨린 역사적인 첫 홈런이다. 또한 자신의 홈런으로 메이저리그 첫 득점도 올렸다. 현지 중계 화면에는 관중석에서 아들을 응원하던 아버지 이종범 전 코치가 지인과 얼싸안으며 감격적인 표정을 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현지 중계진은 "바람의 손자가 자신의 첫 빅리그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도는 모습을 바람의 아들이 보고 있네요"라며 함께 감격해 했다.

이 홈런이 의미깊은 것은 왼손 투수, 그것도 좌타자 '킬러'로 불리는 사이드암스로를 상대로 빼앗았기 때문이다. 이정후의 컨택트 능력과 파워를 새삼 확인할 수 있는 홈런. 이정후가 좌투수를 상대한 것은 데뷔 후 두 번째다. 앞서 지난 29일 개막전에서 샌디에이고 좌완 마쓰이 유키로부터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쳐냈다. 그러니까 좌투수를 상대로 2타석에서 1타수 1안타 2타점을 마크 중인 것이다.

첫 두 타석에서 유격수 김하성의 호수비에 걸려 땅볼로 아웃된 이정후는 5회 1사 2,3루에서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려 3루주자 톰 머피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8회 1사후 홈런을 터뜨린 이정후는 같은 이닝 타자일순해 돌아온 5번째 타석에서는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개막 3경기 연속 안타 및 타점 행진을 벌인 이정후는 타율 0.333(12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 1득점, 1삼진, 출루율 0.286, 장타율 0.583, OPS 0.869를 마크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경기 후 이정후의 홈런에 대해 "이정후가 첫 홈런을 뽑아내기에는 어려운 좌투수였다. 아주 중요한 포인트에서 인상적인 홈런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이정후의 시즌 첫 3경기를 23년 전인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해 '이치로 마니아(Ichiro-mania)'를 일으킨 일본 야구의 레전드 이치로 스즈키와 비교해 봤다.

이치로는 그해 4월 3~5일 세이프코필드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홈 3연전으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개막전에서는 5타수 2안타 1득점 1삼진을 기록했다. 첫 안타는 7회말 4번째 타석에서 나왔다.

선두타자로 들어선 이치로는 상대 우완 TJ 매트스를 상대로 볼카운트 2B1S에서 4구째를 받아쳐 중견수쪽으로 라인드라이브로 날아가는 안타를 터뜨렸다. 이어 이치로는 마이크 카메론의 볼넷으로 2루에 진루한 뒤 에드가 마르티네스의 적시타로 홈을 밟으며 데뷔 첫 득점도 기록했다.

2차전에서는 4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부진했지만, 3차전에서는 4타수 2안타 2득점 1볼넷을 올리며 10대2 대승의 선봉에 섰다. 리드오프 우익수였던 이치로는 첫 3경기에서 타율 0.308(13타수 4안타), 1볼넷, 2삼진, 3득점, 출루율 0.357, 장타율 0.308, OPS 0.665를 마크했다. 이정후와 달리 홈런과 타점은 없었다.

이정후가 볼넷, 득점, 출루율에서 이치로에 처지지만, 타율과 장타율, OPS는 더 좋다. 이치로는 데뷔 4번째 경기였던 4월 7일 텍사스 레인저스전에서 첫 홈런을 포함해 6타수 4안타를 휘두르며 본격적인 정복에 나섰다.

이정후가 어린 시절 '우상'으로 삼은 이치로 못지 않은 열풍을 일으킬 수 있는 조짐이라고 봐도 과장은 아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