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도박 스캔들'을 향한 따가운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저스타디움 데뷔전에서 맹타를 터뜨리며 승리를 이끌었다.
오타니는 29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홈 개막전에서 3타수 2안타 1득점 1볼넷을 기록했다. 다저스는 7대1로 완승했다.
앞서 지난 20~21일 서울시리즈 2경기에서 10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을 올리며 다저스 선수로서 힘차게 스타트를 끊은 오타니는 다저스타디움 첫 경기에서 멀티 히트를 날리며 개막 3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갔다.
오타니와 함께 역사상 최고의 1~3번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 무키 베츠와 프레디 프리먼도 나란히 홈런을 포함한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MVP 트리오의 압도감을 발휘했다.
시작부터 이들의 공격이 불을 뿜었다. 1회말 선두 베츠가 세인트루이스 선발 마일스 마이콜라스로부터 볼넷을 얻어 찬스를 마련했다. 이어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서자 5만2667명의 팬들이 일제히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투타 겸업 슈퍼스타의 역사적인 다저스타디움 데뷔 타석을 환영했다.
헬멧을 벗어 잠시 답례를 표시한 오타니는 이내 타석에 들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마이콜라스를 응시했다. 1,2구를 연속 파울로 걷어낸 오타니는 3구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을 볼로 고른 뒤 4구째 다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86.9마일 체인지업을 끌어당겨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날린 뒤 2루까지 달려나갔다.
1루주자 베츠가 3루에 다다른 가운데 오타니는 2루를 돌아 3루까지 쇄도하려다 런다운에 걸려 아웃됐다. 베츠가 홈으로 들어가는 줄 알고 오버런을 한 것이다. 하지만 팬들은 오타니가 첫 타석에서 장쾌한 2루타를 터뜨리자 기립박수를 쏟아냈고, 동료들은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그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격하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어 다저스는 프리먼의 우측 적시타와 맥스 먼시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선취해 리드를 잡았다.
다저스는 3회 선두 베츠가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려 한 점을 추가했다. 이어 오타니가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볼카운트 3B1S에서 5구째 바깥쪽 체인지업을 볼로 골랐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 배터리는 스트라이크존에 걸친 것으로 봤는지 구심의 판정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화면상으로도 스트라이크를 줘도 무리는 아닌 코스로 들어갔다.
이어 프리먼이 마이콜라스의 초구 한복판으로 떨어지는 74.3마일 커브를 받아쳐 가운데 펜스를 훌쩍 넘어가는 투런포로 연결하며 5-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초반 승기가 다저스로 기운 한 방이었다.
세인트루이스가 이어진 4회초 폴 골드슈미트의 좌월 1점홈런으로 한 점을 따라붙었다.
오타니는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마이콜라스의 한가운데 낮은 87.0마일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중간을 흐르는 안타를 날렸다. 이 안타의 속도는 113.0마일로 이날 양팀 타자들 가운데 가장 빨랐다. 하지만 후속타 불발로 홈에 이르지는 못했다. 오타니는 7회 라일리 오브라이언의 몸쪽 90.1마일 슬라이더에 속아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다저스는 6회말 제임스 아웃맨의 적시타로 한 점을 보탰고, 7회 먼시의 적시타로 7-1로 달아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다저스 선발 타일러 글래스노는 6이닝을 2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첫 승이자 다저스 이적 두 번째 등판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지난해 12월 탬파베이 레이스에서 트레이드돼 5년 1억3650만달러에 계약한 글래스노는 지난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전 선발로 등판해 5이닝 2안타 2실점으로 승패없이 물러난 바 있다.
오타니는 5만2667명에 이르는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다저스타디움 데뷔전을 화려하게 치렀지만, 이날도 현지 언론들은 도박 스캔들과 관련해 오타니에 날을 세웠다.
CBS스포츠는 '오타니 쇼헤이의 도박 스캔들을 설명한다: 오타니가 침묵을 깬 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타니가 전 통역 미즈하라 이페이의 불법 도박을 알고도 자금을 내준 것이라면 MLB 징계는 물론 스포츠도박을 금지하는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라 형사적 책임도 당면할 수 있다'고 했다.
CNN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오타니 쇼헤이라는 구름이 잔뜩 낀 상태에서 2024년 정규시즌이 막을 연다'며 '결백함을 주장하고 있는 오타니가 그에게 붙어있는 스캔들의 복잡함과 함께 세인트루이스를 상대로 다저스타디움 데뷔전을 치른다'고 했다.
LA 타임스는 전날 '당신은 오타니를 믿는가? 확신하기 어렵다'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하며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밝히지 않는 오타니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이런 가운데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이번 도박 스캔들에 대해 "지금까지 상황을 파악했다. 메이저리그의 고결함에 관해 팬들에게 확신을 심어주는데 있어 오타니가 말한 것들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꽤 간단한 문제"라며 "이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고, 해결되는데 짧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맨프레드는 "연방 당국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면 우리에게 완벽하게 협조해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절차대로 조사를 해나가야 한다"면서 "우리는 법 집행자들이 가진 권한이 없기 때문에 우리 자체로 노력해서 조사를 해 사실을 규명하면 된다. 그 기간이 짧았으면 좋겠는데, 글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오타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관련 사안에 대한 코멘트는 하지 않은 채 "다저스의 일원이 돼 팬들의 환영을 받은데 대해 감사드린다. 분명히 전에는 적으로 이곳에 와 조금 압도당했었는데, 그 팬들에게 이제는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