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행운은 불행의 전주곡이었을까.
KIA 타이거즈 황대인. 시즌 초부터 행운이 잇따랐다. 23일 광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평범한 땅볼 타구를 쳤으나 야수진의 실책성 플레이와 주자들의 센스 덕분에 2타점을 챙겼다. KBO리그에서 6번 밖에 없었던 기록. 황대인은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아웃됐음에도 웃음을 꾹 참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27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도 행운은 이어졌다.
팀이 2-0으로 앞서던 1회말 2사 1, 2루. 황대인은 롯데 나균안을 상대했으나 좌익수 방면으로 공을 높게 띄웠다. 그대로 이닝이 종료될 것처럼 보였으나, 롯데 좌익수 고승민과 3루수 박승욱, 유격수 노진혁 누구도 이 공을 잡지 못했다. 그 사이 2루 주자가 홈을 밟았고, 다소 늦은 타이밍이었던 1루 주자도 포수 유강남의 포구 실책을 틈타 홈을 찍었다. 앞선 2타점 때는 아웃됐으나 안타로 타점을 만든 황대인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고, 더그아웃에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두 번째 타석에서도 행운의 여신은 황대인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번엔 우익수 방면으로 타구를 띄웠으나, 롯데 우익수 레이예스와 2루수 최항, 1루수 나승엽 모두 공을 잡지 못했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사고가 터졌다.
타구를 바라보던 황대인이 1루를 찍고 2루로 가려던 찰나, 오른발이 베이스에 걸렸고 왼발로 디디던 황대인은 허벅지 뒤쪽을 잡고 쓰러졌다. 다시 몸을 일으켜 1루로 손을 뻗어 세이프. 그러나 황대인은 일어서지 못했고, KIA 코치진이 황급히 뛰어 나왔다. 황대인이 몸을 일으켰지만 정상적인 움직임은 어려운 상태. KIA 코치진은 더그아웃을 향해 '더 이상 뛸 수 없다'는 의미의 X표시를 했다. 경기장에 대기하던 구급차가 투입됐고, 황대인은 병원으로 향했다.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이 의심될 만한 상황.
2022시즌 KIA의 주전 1루수로 커리어하이 기록을 썼던 황대인. 그러나 지난 시즌 최악의 부진 속에 결국 주전 자리를 내놓았다. 올 시즌 출발도 1군이 아닌 퓨처스(2군)팀이었다. 퓨처스 캠프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차 스프링캠프부터 1군에 합류, 시범경기를 거쳐 개막엔트리에 포함됐다. 와신상담 끝에 주전 경쟁을 이겨내고 시즌 초반 행운까지 따르면서 노력의 결실을 보는 듯 했다.
그러나 '운수 좋은 날'의 끝은 눈물이었다. 부활의 꿈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