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K리그 역사상 최고의 네임밸류'로 불리는 제시 린가드(32·FC서울)가 왕성한 'SNS 활동량'으로 축구팬들에게 흥밋거리를 유발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맨유에서 뛰고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한 선수답게 무려 940만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린가드는 지난 2월 서울 입단으로 한국에 발을 디딘 뒤 꾸준히 훈련, 경기, 일상 사진을 전 세계 팬들과 공유하고 있다.
지난 21일엔 어떻게 알고서 같은 K리그 팀인 제주 유나이티드의 인스타그램을 방문해 제주의 게시글에 직접 답글을 달아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제주는 이날 주장 최영준이 지난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하나은행 K리그1 2024' 3라운드 도중 린가드의 다리 사이로 공을 넣는 '넛멕'(알까기)을 선보이는 영상을 공개했다. 제주의 상징인 '귤'을 이용해 '귤 먹이기'로 이름지었다. "반가웠다 린가드!"라는 글과 함께 '넛멕'을 해시태그로 달았다. 일종의 도발로 볼 여지가 있었다.
경기장에서 알까기를 당한 선수는 보통 굴욕을 느끼기 마련이다. 영상을 본 린가드도 자존심이 상할 법했지만, 영국에서 한 두 번 겪어본 일이 아니라는 듯 예상외로 가볍게 웃어넘겼다. 그는 "2-0"이라는 경기 스코어를 다시금 각인해주고는 '기쁨의 눈물'과 '졸림' 이모지를 달며 '승자의 여유'를 부렸다. 이날 서울은 전반 일류첸코와 기성용의 연속골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후반 12분 교체투입해 30여분 활약한 린가드도 데뷔 3경기만에 K리그에서 데뷔승을 신고했다. 제주 인스타지기가 린가드의 답글에 "다음에도 진검승부를 펼치자"고 대댓글을 달자, "좋다(deal)"라고 대대댓글을 달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축구팬들은 SNS 게시글 댓글, 축구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런 기 싸움이 오히려 리그를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린가드가 댓글을 단 것으로 저 콘텐츠는 이미 성공", "EPL 갬성(감성)", "제주 인스타지기는 린가드가 댓글을 달아 깜짝 놀랐을 것"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제주가 린가드 인기에 묻어가려고 한다"고 상대 선수를 도발하는 SNS 게시글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도 있었다. 제주의 '귤 먹이기' 게시글은 26일 오전 11시 현재 조회수 650만회를 넘겼다.
제주 구단 관계자는 "숏 콘텐츠 특징이 완벽하게 활용된 사례가 아닐까 싶다. 전체 맥락은 차치하고 짧은 순간 하나에서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네 역할이고, 이런 이야기가 리그 전체를 풍성하게 한다. 다음 서울과의 경기를 기다릴 이유가 생겼다"고 밝혔다.
제주는 그간 감독이 선수가 되어 선수의 조종을 받는 '아바타 축구', 인기 크레에이터 침착맨을 공략한 홍보 마케팅, 영입된 선수가 지역 축구 꿈나무들을 찾아가 오피셜 사진을 찍는 '꿈나무 오피셜'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축구팬들의 호응을 끌어낸 바 있다.
제주와 서울은 오는 7월 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격돌할 예정이다. '귤 먹이기'를 기억하는 팬들은 그날 린가드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주목할 것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