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대한민국 캡틴' 손흥민(32·토트넘)이 실력이 되는 한 태극마크에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카타르아시안컵 이후 불거진 대표팀 은퇴 의사를 전격 철회한 것이다. 손흥민은 박지성 차두리 기성용 등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며 고민했다. 그는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무책임하게 외면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손흥민은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태국전(1대1 무승부)이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밝히며 '국가대표 은퇴 논란'을 말끔하게 종식했다. 손흥민은 2월 아시안컵 4강에서 요르단에 패해 탈락한 뒤 "앞으로 대표팀을 계속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봐야 될 것 같다"고 말해 축구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하지만 약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고심을 거듭한 끝에 대승적인 결단을 내렸다.
손흥민은 태국전 종료 후 은퇴설 관련 질문을 받자 말문이 막혔다. 약 5초 동안 흐른 정적이 길게 느껴졌다. 무거운 발표를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손흥민은 "어려운 질문이네요"라며 "대표팀이라는 자리를 단 한 번도 당연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 매번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생각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정말 나만 생각했다면 그만할 것 같았다. 그런 심경이 거의 코앞까지 왔었다"며 사실상 마음은 기울었었다고 고백했다.
혼자서 결정할 일은 아니었다. 그는 대선배들을 찾았다. 손흥민은 "(박)지성이형 (기)성용이형 (차)두리쌤한테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축구 외적으로 인생 선배님들께도 조언을 구했다. 이 자리를 통해서 진심어린 조언에 감사드린다"며 마음을 전했다.
팬들이 손흥민을 붙잡았다. 손흥민은 "이만큼 사랑을 받은 축구선수는 드물다고 생각했다. 가족들과 많은 팬들의 응원이 정말 큰 힘이 됐다. 그분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어디까지나 나와 팬들 사이의 약속이다. 꼭 지키고 싶다. 이런 약한 생각을 다시 하지 않을 수 있도록 강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잠시나마 은퇴를 염두에 뒀던 자신을 질책했다.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놓고 자신이 떠나고 싶을 때 떠나는 행위는 무책임하다고 느꼈던 것이다.
이제 마음을 다잡은만큼 앞으로 나아갈 일 뿐이다. 손흥민은 "몸이 되는 한, 대표팀이 나를 필요로 하는 한, (김)민재가 이야기했듯이 대가리 박고 뛰겠다"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