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가 지난해 KBO리그 우승팀의 자존심을 지켰다.
LG는 1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스페셜 게임에서 4대5로 패했다. 김하성에게 투런포 2개를 허용했고,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에게 적시타를 맞아 5점을 내줬지만 LG는 오지환의 솔로포와 신민재의 도루와 실책, 박해민의 내야 땅볼로 1점씩을 쫓아간 뒤 9회말엔 이재원이 고우석으로부터 라인드라이브 투런포를 쏘아올려 1점차로 줄였다.
안타수에서 샌디에이고가 8개, LG가 6개를 쳤고, 탈삼진도 샌디에이고가 10개, LG가 9개를 잡아내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LG는 이날 정규시즌 때와 같이 주전들을 경기 후반까지 기용했다. 개막전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전과 다음날(19일) 잠실에서 갖는 키움 히어로즈전에는 정규시즌처럼 주전들이 경기 후반까지 뛰고, 승리조 투수들도 이틀 연투를 할 계획을 세웠다. LG 염경엽 감독은 경기전 "친선 경기라고 해도 모든 경기는 이기는게 좋은 것이다. 이기면서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쉽지는 않겠지만 정상적인 시합을 하겠다"라며 승리에 무게를 뒀다.
선발 임찬규가 테이프를 잘 끊었다. 1회초 1번 잰더 보가츠와 2번 타티스 주니어, 3번 제이크 크로넨워스 등 한국 야구팬에게도 익숙한 거물급 스타들을 죄다 삼진으로 아웃시켰다. 2스트라이크 이후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메이저리거들도 속수무책 헛스윙을 했다.
2회초 선두 매니 마차도에게 좌익선상 2루타, 5번 김하성에게 좌월 투런포를 허용했지만 임찬규는 이후 7번 에구이 로사리오와 8번 카일 히가시오카를 또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5회까지 추가 실점없이 막아낸 임찬규는 5이닝 동안 4안타(1홈런) 1볼넷 7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볼넷 1개로 공격적으로 승부를 한 점 역시 좋았다. 24일 잠실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 2차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인 임찬규로선 큰 자신감을 가지고 올시즌 첫 등판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찬규는 경기후 인터뷰에서 "체인지업과 커브같은 변화구로 미국 타자들과 승부를 보고 싶었는데 결과가 좋아 기분이 좋다"면서 "실투를 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던졌고, 김하성에게 실투로 홈런맞은 이후 더욱 코너와 핀 포인트를 보고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며 밝게 말했다.
오지환은 지난해 사이영상 2위였던 딜런 시즈를 상대로 홈런을 쳤다. 평소처럼 5번-유격수로 나선 오지환은 2회말 첫 타석에서 선발로 나선 시즈에게서 홈런을 쳤다. 2B2S에서 7구째 88.1마일(약 142㎞)의 커터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경기후 오지환은 "상대 선발이 작년 사이영상 2위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전체적인 구위가 너무 좋기 때문에 직구 타이밍에 쳐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면서 "슬라이더(기록상으론 커터)를 2개 정도 봤는데 확실히 무브먼트가 좋더라. 그래서 더더욱 빠른 타이밍에 앞쪽에서 치자고 했는데 좋은 타이밍에 슬라이더가 맞았던 것 같다"라고 했다.
LG는 우승팀답게 안정된 수비를 펼치며 대등한 경기를 이끌었다. 3루수 문보경과 유격수 오지환이 안타성 타구를 잡아 1루로 정확하게 뿌려 아웃시켰고, 중견수 박해민은 펜스까지 날아가는 큰 타구를 빠르게 쫓아가 정확한 타이밍에 점프를 해 잡아냈다.
김하성의 두번째 투런포로 1-4로 뒤진 6회말엔 9번 신민재가 안타를 친 뒤 2루 도루에 성공하고 포수의 송구 실책으로 3루까지 간 뒤 박해민의 2루수앞 땅볼 때 홈을 밟아 LG 특유의 발야구까지 보였다.
LG는 7회초 신인 정지헌이 볼넷과 연속 2개의 안타로 1점을 내줬지만 백승현이 이후 2타자를 잡아냈고, 포수 박동원이 2루 도루를 저지해 추가 실점을 막아 강한 불펜을 샌디에이고전에서도 과시했다. 이어 윤호솔이 8회, 마무리 유영찬이 9회를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9회말 이재원이 한 건 했다. 오는 6월 상무 입대가 예정된 이재원은 지난해까지 함께 뛰었던 선배 고우석을 만났다. 1사 1루서 고우석의 2구째 94.9마일(152.7㎞)의 가운데 직구를 시원하게 돌렸고, 타구는 빨랫줄처럼 날아가 왼쪽 담장을 살짝 넘겼다. 1점차까지 따라갔지만 거기까지.
LG는 패하긴 했지만 우승팀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을 다 보여주면서 후회없는 한판을 했다. 염 감독은 경기 후 "샌디에이고, LG 선수들에게 살아가면서 좋은 추억이 남는 경기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승패를 떠나 재미있는 경기를 한 것 같다"라며 "이런 경기를 LG가 샌디에이고와 함께 해서 영광이고, 감독으로서도 기억에 남는 경기가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고척=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