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톱4 경쟁은 다 끝났으니 이제 6위만 노리겠습니다."
앤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17일(한국시각) 풀럼 원정에서 0대3으로 완패한 후 톱4 경쟁 판도에 대한 스카이스포츠 기자의 돌직구 질문에 삐딱한 답변으로 불편한 심기를 여과없이 노출했다.
직전 애스턴빌라와의 4-5위 맞대결에서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황에서 4대0으로 완승하고 이날 풀럼 원정 승리로 톱4 진입의 유리한 고지를 노렸던 토트넘으로서는 A매치 휴식기를 앞두고 실로 뼈아픈 패배였다. 캡틴 손흥민도 절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거울을 들여다봐야 한다"며 자신과 동료들을 함께 자책하고 질책했던 경기. 토트넘 사령탑은 경기후 인터뷰에서 날카로운 반응을 보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번 패배가 토트넘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 야망에 얼마나 큰 흠집을 냈느냐는 엠마 손더스 스카이스포츠 기자의 질문에 짜증이 매우 났지만 애써 미소를 지으며 "네, 톱4 경쟁은 다 끝났으니 이제 6위만 노리겠다"고 꼬인 답변을 내놨다. "우리가 애스턴빌라에 승점 2점 뒤져 있는데 뭐라고 말해야 하나? 10경기나 남아 있는데 대체 10경기 남은 건 뭘 의미하나?"라고 반문했다.
'지난주 애스턴빌라에 완승한 후의 좋은 모멘텀을 살려가는 데 실패했다. 빌라를 꺾고 큰 진전을 이룬 만큼 스스로 톱4에 들 수 있는 심리적인 부분에 집중, 기회를 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질문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더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과장되게 머리를 흔들며 "심리적으로 그런 부분에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10경기가 남아 있고, 해야할 축구경기가 너무 많다"고 했다. "오늘 이겼다고 해서 아무것도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주 졌다고 해도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10경기가 여전히 남은 상황에서 나는 그런 걸 걱정하지 않고 걱정한 적도 없다. 단순히 순위가 얼마나 떨어지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풀럼전 패배에 격분한 건 순위가 아닌 내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가 4위로 끝나면 좋을 것이다. 모두가 행복할 것이고 좋겠지만 이미 과거에 다 해본 것들"이라면서 "내가 관심 있는 건 우리가 어떻게 플레이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오늘은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이를 통해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 다음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나는 4위를 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 구단은 전에도 4위를 한 적이 있고 2위도 했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에도 올랐다. 이미 많은 것들을 이뤘고 그래서 4위는 내 최종목표가 아니다"라고 했다. "우리가 팀으로 성장하고 발전하지 않는다면 4위를 하고 싶지 않다. 아무도 내 말을 안믿더라도 괜찮다. 4위가 내년을 위해 뭔가를 이를 수 있는 일종의 성과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내러티브인데 우리가 팀으로 성장하고, 내년에 성공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4위는 아무 의미도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4위는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 그런 적도 없다. 내 목표가 아니다. 분명 내 목표는 아니지만 외부에서때 특히 프리미어리그에선 사람들이 경기 결과에 따라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위치로 밀어붙이는 것같다. 나는 그렇게 하면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성공은 좀더 구체적인 것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5위를 하더라도 내년에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팀이 된다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