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황선홍 감독(56)이 A대표팀 임시 사령탑으로 부임할 때 예상됐던 것 중 하나는 미드필더 백승호(27·버밍엄시티)의 발탁이었다. 황 감독과 백승호는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감독과 주장으로 한국의 3연패를 합작한 인연이 있다. 전술에 대한 비판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던 감독과 대회 도중 연속된 실수로 비판을 받은 주장은 어깨를 짓누르는 압박감과 부담을 보란듯이 이겨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둘은 결승전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한 이후 뜨겁게 포옹했다.
황 감독은 백승호에 대해 "와일드카드로 뽑을 때부터 주장감이라고 생각했다. 팀에 중심을 잡아줄 경험있는 선수가 반드시 필요했고, 그게 백승호라고 생각했다. 대회를 치르면서 언론과 팬들의 질타를 많이 받아서 마음이 안 좋았지만, 감독 입장에선 나무랄데 없었다. 100% 만족하고 신뢰하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승호는 "대회 전 감독님이 마음고생을 하셨을 거다. 신경쓸 것도 많았을 텐데, 저한테 '고생했다'고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고 감사를 표했다. 짧다면 짧은 만남이었지만, 신뢰가 생겼다.
황 감독은 진지한 자세로 선수들을 아우르는 백승호의 리더십뿐 아니라 중원을 든든히 지켜주는 '미드필더 백승호'에게도 높은 점수를 매겼다. 수비수에게 공을 건네받아 전방위적으로 패스를 뿌려주고, 세트피스 상황에선 날카로운 오른발로 팀 득점을 돕는 백승호는 아시안게임 대표팀 '중원의 핵'이었다. 백승호가 중원과 3선에서 든든히 버텨준 덕에 정호연(24·광주)과 홍현석(25·헨트)이 공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 카타르아시안컵에서 한국 중원에 문제가 생긴 걸 감안하면 황 감독이 실력과 성품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백승호를 3월 A매치 2연전 명단에 포함한 건 놀랄 일이 아니다.
백승호는 전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시절 철저히 외면을 받았지만, 전전임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에선 꾸준히 발탁되며 2022년 카타르월드컵 본선도 밟았다.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한국의 유일한 골을 넣은 선수가 백승호였다. 2019년 6월 이란과의 친선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백승호는 지금까지 15경기(3골)를 뛰었다. 기존 핵심 자원인 미드필더 황인범(28·츠르베나 즈베즈다) 이재성(32·마인츠) 등과 호흡에 문제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 황희찬(28·울버햄턴) 등과는 둘도 없는 사이다.
최근 '폼(경기력)'도 좋다. 지난해를 끝으로 전북과 계약이 끝난 백승호는 지난 1월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소속 버밍엄에 입단해 빠르게 주전을 꿰찼다. 지난 9일과 12일 밀월, 미들즈브러와의 2연전에서 모두 풀타임 활약했다. 토니 모브레이 버밍엄 감독은 "백승호는 훈련 때 공을 갖고 정말 좋은 결정을 내리는 진정 수준 높은 선수다. 언제 압박을 피해야 할지, 언제 전진패스를 해야할지, 언제 긴 패스를 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고 극찬했다. FC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으로 지로나, 다름슈타트를 거쳐 전북에서 3년간 활약한 뒤 유럽으로 다시 진출한 백승호는 자신감을 한아름 안고 1년 만에 대표팀에 재입성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