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부담? 지켜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많이 배우고 있다."
김광현도 어느덧 36세다. 하지만 SSG 랜더스에는 그 뒤를 이을 좌완 에이스가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13살 어린 오원석이다.
전직 메이저리거이자 리빙 레전드가 특별 관리를 하고 있다. 오원석이 등판할 때면 김광현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경기 후 조언을 건네기도 한다고. 덕분에 베테랑이 가득한 SSG 마운드에서도 어느덧 흔들림없이 선발 한자리를 꿰찼다.
2021년 처음 선발로 본격 발탁됐다. 선발로의 성적만 따지면 21경기 91이닝, 5승6패 평균자책점 6.33으로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눈에 띄는 건 퀄리티스타트(QS, 선발 6이닝 3자책 이하)가 5번 있었다는 것. 8~9월의 부진만 아니었다면 좀더 좋은 성적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 예상을 현실로 만든 2022년이었다. 31경기(선발 24)에 등판, 첫 규정이닝(144이닝)을 돌파하며 평균자책점 4.50을 기록했다. 전반기(4.01)보다 후반기(5.37)에 흔들리는 모습은 여전했지만, 그 폭을 줄이며 팀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풀타임 선발로 자리잡은 지난해는 다시 주춤했다. 평균자책점이 5.23까지 치솟았다. 그래도 2년 연속 규정이닝을 소화했고, 7이닝 강우콜드이긴 했지만 생애 첫 완투승(2023년 4월 5일 롯데전)을 거두는 등 수확도 있었다.
오원석은 "항상 시즌초와 마지막엔 페이스가 좋은데, 7~8월에 좋지 않다"며 고개를 저었다. '체력 문제냐'는 물음에 "그런 부분도 없지 않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지난 겨울 배영수 투수코치와 함께 일정한 하체 밸런스 유지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배 코치 특유의 파이팅과 승부욕에 오원석도 자연스럽게 물들고 있다.
"나 자신에 대해 다시 공부하는 한 해였다. 올해는 작년 같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않는게 목표다."
오원석은 "사실 왼손 타자에게 던지는 구종이 한정적인데, 대신 코스를 다양하게 활용할 예정"이라며 "왼손 오른손 상관없다. 타자랑 싸워서 이기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오원석은 지난 9일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그는 ABS(자동 볼판정 시스템)도, 피치클락도 큰 문제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구를 맞춘 윤동희에겐 "야탑고 후배인데 너무 미안했다. 그날 전화로 사과하고, 2차전 앞두고도 커피한잔 샀다"고 미안함을 전하는 한편 "날 딱 보는 순간 갑자기 다리를 절면서 오더라"며 웃었다.
"템포는 원래 내가 연습하던 것도 충분히 빨라서, 피치클락이 방해되지 않았다. ABS도 딱히 존이 좁게 느껴지지 않더라. 그리고 어차피 항의할 수도 없으니까 마음이 편했다. 더 정확해졌다고 생각하니 좋았다."
템포상 문제가 없음에도 피치클락 숫자가 눈에 보이다보니 방해된다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오원석은 "보이긴 하는데 여유가 있어서 투구 리듬에 문제가 없다"면서 "멀리 보지 않고 눈앞의 타자를 잡는것만 몰두했다. 최대한 적극적으로 승부하고, 상대가 치게끔 하는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가 오원석에겐 터닝포인트가 됐다. 오원석은 "야구의 시야가 트였다. 잘하는 선수들은 어떻게 준비하나 관찰도 하고, 큰 무대 마운드에서 던져본 것도 소중한 경험"이라고 돌아봤다. 롯데 최준용, NC 신민혁과 절친이 됐다고.
작년 최종 3위(플레이오프 탈락)였던 SSG가 한단계 올라서려면 오원석의 스텝업이 필요하다. 오원석은 "2년전에 우승해보니까 너무 좋았다. 그 기쁨을 또 맛보고 싶다. 개인적으론 두자릿수 승수가 목표다. 최소한 작년보다는 많이 좋아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