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캠프에서 최고 148㎞까지 나왔다. 아프지만 않으면 올시즌 정말 기대된다."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땀흘린 겨울이 지났다. 한현희의 '봄'은 온 걸까.
딱 열흘만 쉬고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아내의 내조도 큰 도움이 됐다. 한현희는 "12월부터 '오빠 운동하러 가야지. 쉬면 안돼' 하더라. 오전 운동하고 와서 잠깐 쉬고 있으면 '운동 가라, 아직도 안갔네' 하고. 덕분에 운동하는데 도움이 됐다"며 웃었다.
1월에는 일본 돗토리의 월드윙 재활센터를 다녀왔다. 고관절이나 관절 가동성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피칭도 400개 이상 하면서 몸을 가다듬었다. 작년엔 결혼 준비 때문에 못 갔지만 올해는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녀왔다고.
몸상태는 최근 몇년래 가장 좋다. 구속으로 증명된다. 그는 "평균 145~146㎞ 된다. 좀더 더워지고 몸 올라오면 정말 150㎞ 던질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쉬웠던 커맨드에 대해서도 "스트라이크 던지는 건 자신있다. 볼 던지는 것만 조금 다듬으면 된다"며 웃었다.
2012년의 신인상 수상자, 2013~2014년에는 홀드왕도 2년 연속 달성했다. 2015년, 2018년에는 두자릿수 승수도 채웠다.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할 때만 해도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조건부'라곤 해도 40억이란 몸값의 존재감은 작지 않았다.
하지만 생애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선발, 불펜 어느 곳에서도 잘 적응하지 못했다. 생애 첫 5점대 평균자책점의 커리어 로우를 기록했다.
"작년엔 공 던지는게 너무 힘들었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생애 최악의 한해였다. 더이상 떨어질 곳도 없다. 3재라는 말도 있지 않나. 3년 안 좋았으니까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길었던 부진, 답답했던 마음을 벗어던졌다. 오직 야구에만 집중하며 데뷔 이래 가장 많은 땀을 흘린 겨울이었다.
이제 야구만 바라본다. 한현희는 "아프지 않는게 제일이다. 겨울에 쉬지 않으니까 이렇게 마음이 편하더라. 내 공이 점점 좋아지는 걸 체감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고 거듭 강조했다.
베테랑답게 팀도 챙겼다. 한현희의 전 소속팀 키움은 '가을야구 단골'이었다. 반면 롯데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간 가을야구가 2017년 한번 뿐이다. 가을야구를 경험해보지 못한 선수들도 많다.
한현희는 "감독님 존재감이 정말 남다르다.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느낌이 없다. 장난칠 땐 치고, 야구할 땐 딱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던질 때마다 아프고, 울면서 던진 적도 있다. 지금은 공 던질 때가 제일 행복하다. 피칭하고 캐치볼하는게 너무 즐겁다. 어릴 때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렇게 야구에 재미를 느껴본게 얼마만인가 싶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