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후반 추가시간은 10분이었다. 0-1, 패색이 짙었다. 기다리던 동점골은 추가시간인 9분에서야 나왔다. '월드컵 영웅' 조규성(미트윌란)이 마침내 번쩍였다.
설영우(울산)의 헤더 어시스트를 '극장 동점골'로 연결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30분의 연장,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결국 희비는 '신의 룰렛게임'인 승부차기에서 엇갈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3, 4번째 키커가 조현우의 선방에 막혔다. 대한민국은 손흥민(토트넘) 김영권(울산) 조규성 황희찬(울버햄턴)이 차례로 모두 득점에 성공했다. 태극전사들이 천신만고 끝에 8강에 올랐다. 클린스만호는 31일(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카타르아시안컵 16강전에서 120분 연장 현투 끝에 1대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8강 상대는 이미 결정돼 있었다. 대한민국은 2월 3일 오전 0시30분 '약속의 땅'인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호주와 4강행을 다툰다. 다만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도전을 위해선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64분간의 헛심'이다.
스리백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언급을 하긴 했지만 도박에 가까운 파격이었다. 실전에서 제대로 쓴 적이 없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김영권, 오른쪽에는 정승현(울산)이 위치했다.
사실 스리백은 수비형 전술이다. 수세시에는 양쪽 윙백이 수비에 가담, '5백'을 형성한다. 한국 축구에는 세계 강호들과 상대하는 월드컵에나 볼 수 있다. 조별리그에서 6실점을 허용했더라도 아시안컵 무대에선 떠올리기 쉽지 않은 전형이다. 사우디가 F조 1위로 16강에 올랐더라도 국제축구연맹 랭킹은 56위, 대한민국은 23위다.
그래도 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악수'였다. 3-4-3 전형에서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는 수적 열세에 고전했다. 홀딩 미드필더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사우디의 강력한 압박에 위험한 외줄타기의 행보를 이어갔다. 중원 장악에 실패하다보니 공격과 수비는 '외땀섬'이었다. 포지션 간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원톱' 손흥민은 철저하게 고립됐다. 전반 볼을 터치한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다.
클린스만호는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카드인 압둘라 라디프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요란한 '경고음'은 다행히 후반 19분에서야 해제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동점골을 위해 정승현을 빼고 박용우(알아인)를 투입하면서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전환했다. 동시에 조규성이 이재성(마인츠)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다. 황희찬(울버햄턴) 이강인(파리생제르맹) 손흥민이 포지션을 바꿔가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그제서야 중원도 안정을 찾고,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만약 처음부터 포백 카드를 꺼냈다면 '90분'에 승부를 볼 수도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3대3 무) 후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는 "전반에는 원하는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전반에는 사우디가 나았다. 후반전에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했다. 후반에는 우리가 더 좋은 부분들이 많았다"며 "승부차기까지 가는 하루였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준비했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다 준비했다'는 부문에선 고개가 갸우뚱 거릴 뿐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