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31일 새벽 1시에 펼쳐지는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아시안컵 16강전은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은 2023년 카타르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대회 최다인 8골을 몰아치며 압도적인 공격력을 선보였고, 사우디는 단 1실점만 하며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16강에 올랐다.
64년만에 아시안컵 제패에 나선 한국이 사우디를 꺾기 위해선 사우디의 탄탄한 수비진의 중심축 '사우디 김민재' 알리 불라이히(알힐랄)를 넘어야 한다.
김영권(울산)과 동갑인 34세 베테랑 불라이히는 2018년 뒤늦게 국가대표에 발탁되어 5년여 동안 A매치 50경기를 소화한 사우디 수비의 간판이다.
신장 1m82에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불라이히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풀타임 출전했다. 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 감독이 3차전 태국전에서 선발 9명을 교체하는 큰 폭의 로테이션을 돌렸지만, 불라이히만큼은 빼지 않았다. 불라이히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확인할 수 있다.
불라이히가 지키는 사우디 수비는 첫 경기 오만전 페널티 실점을 제외하면 필드골은 단 한 골도 헌납지 않는 무결점 수비를 펼쳤다. 불라이히의 끈적한 대인마크가 빛났다.
만치니 감독은 스리백 포메이션에서 불라이히를 오른쪽 수비에 세우고, 알리 라자미(알나스르)를 가운데, 하산 탐바크티(알힐랄)를 왼쪽에 배치했다. 탐바크티가 다리 부상으로 3차전에 결장했지만, 한국전을 앞두고 복귀해 주전 스리백이 모두 가동될 전망이다.
불라이히는 위치상 한국의 최전방 공격수인 조규성(미트윌란)과 손흥민(토트넘), 주로 오른쪽에 위치해 상대 수비진을 흔드는 이강인(파리생제르맹)과 자주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라이히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에서 'GOAT'로 불리는 리오넬 메시(인터마이애미)와 신경전을 펼칠 정도로 거침없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당시 불라이히는 사우디가 2대1로 승리하는 대이변을 일으킨 경기 도중 메시에게 '넌 우리 못 이겨'라고 도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라이히는 올시즌 사우디프로리그에서 만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와도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유럽에서도 '다른 선수들이 메날두에게 유니폼을 요구할 때, 이들을 꺾기 위해 애쓰는 수비수'로 정평이 나 있다.
손흥민 조규성 등 자주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공격수들은 행여나 불라이히가 도발을 하더라도 휘둘려선 안된다.
사우디 스리백의 신장은 1m79~1m83으로, 높이에 약점을 보인다. 지난해 9월 사우디와 평가전에서 헤더로 1대0 결승골을 넣은 조규성(1m88)의 높이와 세트피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조별리그 3차전 말레이시아전에서 필드골을 넣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반대로 지금까지 페널티, 코너킥, 프리킥 등 다양한 세트피스 상황에서 골을 뽑아냈다. 지면 탈락하는 단판 토너먼트에선 필드골과 세트피스골을 가릴 이유가 없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한국 공격진은 사우디 수비진에 쓰디쓴 '골맛'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약속의 장소'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