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카타르)=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더 이상의 '공수표'는 안 된다. 이제 더 이상 '다음'은 없다. 지면 끝, 그대로 짐을 싸야한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은 카타르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정조준한다.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강인(파리생제르맹) 등 '탈 아시아급' 스쿼드를 앞세워 1960년 이후 64년 만의 정상 탈환에 도전한다.
지난해 2월 부임한 클린스만 감독은 줄곧 '아시안컵 우승'을 외쳤다. 그는 지난해 9월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았을 때도 똑같은 말을 했다.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아무리 내부적으로 우리가 강하게 뭉쳐도, 외부에서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면 팀은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카타르월드컵에서 독일이 그랬다. 모든 것이 부정적이었고, 결국 조별리그 탈락했다. 국가대표는 결국 국민의 팀이다. 아시안컵까지는 모두가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주시면 좋은 결과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뚜껑을 열었다. 첫 경기부터 '삐끗'했다. 한국은 바레인과의 첫 경기에서 1-0으로 앞서더 1-1 동점을 허용했다. 이강인이 혼자 두 골을 넣는 '원맨쇼'가 아니었다면 경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은 3대1로 이겼다. 두 번째 경기는 더 좋지 않았다. 요르단을 상대로 크게 흔들렸다. 한때 1-2로 밀렸다. 경기 막판 상대 자책골 덕분에 가까스로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와의 최종전은 그야말로 '졸전'이었다. 한국은 경기 중 조 3위까지 추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3-2로 힘겹게 역전하고서도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하며 3대3으로 경기를 마쳤다. 한국은 1승2무(승점 5)를 기록하며 E조 2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한국은 조별리그 전까지만 해도 E조 1위가 유력해 보였다. 외국 통계 전문 매체에서도 한국을 우승후보 중 하나로 꼽았다. 그러나 16강 진출팀이 정해진 현재, 한국의 우승 확률은 5위까지 추락했다.
더 큰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의 안일한 현실 감각이다. 그는 말레이시아와의 경기 뒤 "소감을 얘기하기 전에, 우선 양 팀 합해서 6골이 터진 흥미진진한(exciting) 경기였다. 경기 끝나기 전 말레이시아가 득점하며 박진감이 넘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실점 장면에서 '허허' 웃는 모습이 포착돼 팬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한국은 이번 조별리그 3경기에서 8골-6실점했다. 역대 조별리그 최다 실점 불명예다.
이제는 토너먼트다. 한국은 31일 오전 1시(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을 펼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맨시티(잉글랜드), 이탈리아 대표팀 등을 지휘한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이끌고 있다. '중동의 강호'로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다. 더욱이 상대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 3만 관중을 예고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27일 카타르 도하 알 아글라 훈련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숙박을 연장해야 하는데 정말 결승전까지 예약해도 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빨리 연장하라"며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우리는 우승을 하기 위해 여기에 왔고, 목표가 뚜렷하며, 우리 자신을 믿는다. 대회가 끝났을 때 우리가 우승을 못 했다면, 질타해도 좋다. 그걸 감내하는 게 내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를 믿고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토너먼트는 단판 승부고 지면 탈락이다. 이제부터는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이라고 말했다.
도하(카타르)=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