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사실상 이강인(PSG)이 원맨쇼를 펼친 경기였다. 손흥민(토트넘)은 존재감이 미미했다. 후반 몇몇 결정적인 장면들이 없었다면 '부진했다'고 봐도 무방했을 정도였다. 이강인과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15일 카타르 알라이얀 자심빈하마드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아시안컵 E조 예선 1차전에서 바레인을 3대1로 물리쳤다. 산뜻한 출발이었지만 과제도 발견했다. 이강인은 2골을 몰아치며 클린스만호의 황태자로 등극했다. 손흥민은 꽁꽁 묶였다. 손흥민까지 실력을 발휘했다면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했을텐데 아쉬움이 남았다.
답은 경기 내에 있었다. 손흥민은 전반전에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골키퍼 정면으로 향한 중거리슛 하나가 조금 아까웠을 뿐이었다. 반면 후반전에는 날카로운 침투 움직임을 여러 차례 보여줬다.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은 장면까지 포함하면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안에서 슈팅 3개를 기록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손흥민의 슈팅→골 전환율이 25%에 육박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 손흥민에게 전반부터 이런 찬스가 주어졌다면 최소 1골은 기대된다.
손흥민은 전반전 마치 처진 스트라이커 내지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활동했다. 후반전 72분 조규성이 나가면서 손흥민은 최전방으로 올라섰다. 손흥민은 즉시 73분과 86분 수비 라인을 깨뜨리며 골키퍼와 맞서는 기회를 잡았다. 두 장면 모두 패스를 넣은 선수는 역시 이강인이었다.
동시에 바레인은 경기 초중반 높은 집중력을 유지했다. 두 줄 수비를 촘촘하게 세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공·수 간격이 벌어졌다. 최후방 라인도 점점 올라왔다. 전반에는 없던 공간이 후반에는 서서히 발생하면서 손흥민이 활약하기 좋은 여건이 조성됐다.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에서 왼쪽 윙어와 센터포워드로 뛰었다. 손흥민은 스피드를 이용한 침투와 압도적인 골 결정력 덕분에 '월드클래스' 칭호를 얻었다. 손흥민은 탈압박이나 방향 전환, 패스 연계 등 플레이메이커에게 요구되는 창의적인 감각에는 약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손흥민은 아예 내려앉는 팀을 상대로는 답답한 경기력을 노출하곤 했다. 이는 대표팀에서는 물론 펄펄 날아다니는 토트넘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장 바레인전 또한 라인을 올린 후반부터 손흥민의 존재감이 나타났다.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만나는 상대는 대부분 한 수 아래다. 최소 16강 내지는 8강까지도 두 줄 수비를 벗겨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손흥민을 조규성 밑에 플레이메이커 처럼 두는 배치는 고민이 필요하다. 바레인이 수비에 치중하는 시간 동안 한국의 거의 모든 찬스는 이강인의 왼발에서 나왔다.
토트넘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을 아예 최전방에 꽂아 답을 찾았다. 손흥민이 주특기인 침투와 슈팅만 할 수 있도록 전술을 맞췄다. 마침 손흥민은 활동량도 왕성해 상대 수비에 대한 압박도 엄청나게 가했다. 바레인전 세 번째 골도 손흥민이 상대 수비를 압박해 소유권을 빼앗아 오면서 시작된 것이다.
다만 대표팀에서는 손흥민을 원톱으로 세우자니 조규성과 공존이 딜레마로 떠오른다. 이는 클린스만 감독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문제다. 선수 기용과 전략 전술은 전적으로 감독 권한이다. 감독이 선택하고 실패하면 책임을 지면 그만이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