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일단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3개월은 지나야하지 않을까요?"
김재환(36·두산 베어스)은 올 시즌 '절치부심'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2016년 37홈런을 날리면서 KBO리그 대표 거포로 자리를 잡은 그는 2018년 44홈런으로 홈런왕에 올랐다. 2019년 15홈런에 그쳤던 그는 2020년 30홈런을 기록했고, 2021년과 2022년 하락세를 맞은 가운데에서도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냈다.
지난해 김재환은 2016년 이후 가장 아쉬운 모습으로 시즌을 마쳤다. 132경기에서 타율 2할2푼 10홈런에 그쳤다.
비시즌 김재환은 칼을 갈았다. '최다 홈런 1위' 이승엽 감독이 팔을 걷어 붙였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467개의 홈런을 날리며 KBO리그 개인 통산 홈런 1위에 올랐다. 홈런 타자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지난해 두산 사령탑에 부임한 이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마지막까지 김재환을 '키플레이어'로 꼽곤 했다. 김재환은 주전 및 고참급은 휴식 및 치료 등에 중점을 둔다는 마무리캠프 기간에도 이 감독과 꾸준하게 배팅 훈련을 했다.
이 감독은 "김재환의 생각이 많이 바뀐 듯 하다. 기본적인 걸 주입하기보다는 대화를 통해서 진행했다. 본인도 알고 있더라. 나이가 들고 시즌을 치르면서 성적이 안 좋다보니 많은 방법의 연습을 했고, 핵심을 잘 짚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김재환은 "감독님께서 많은 시간을 쏟아주시고 열정적으로 코치해 주셨다. 그런 것부터가 너무 영광이고 감사했다. 내용이 나에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마무리캠프를 마친 뒤에도 김재환의 방망이는 돌아갔다. 미국으로 떠나 강정호가 운영하는 레슨장을 찾았다. 큰 친분은 없었지만, 강정호가 김재환의 부진 이유를 영상으로 올리면서 인연이 생겼다.
김재환은 '강정호 스쿨' 이야기에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3개월은 지나야할 거 같다"라며 "잘하고 왔다는 말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다녀오길 잘한 거 같다. 크게 6년으로 나누면 앞에 3년과 최근 3년 이렇게 변했다는 걸 느꼈다. 이래서 좋았고, 이래서 좋지 않았다는 깨달았다"고 이야기했다.
부활을 위해 바쁜 비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재환에게 좋은 소식도 전해졌다. KBO는 올 시즌부터 시프트를 제한했다. 2루 베이스를 기준으로 포수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왼쪽은 3루수와 유격수, 오른쪽은 2루수와 1루수 만이 설 수 있다. 그동안 당겨치는 타구가 많은 김재환에게는 극단적으로 우측에 수비수가 대거 배치되곤 했다.
김재환은 "(시프트 제한은) 좋다. 그런데 그것보다 공을 맞춰야한다. 지난시즌 시프트도 있고, 공이 나가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변화하려고 했던 게 마이너스가 됐다. 밀어치면되지 않냐고도 하는데 그런 걸 시도했던 1년이었다. 밀어치려고 하다보면 오히려 밸런스가 깨지는 경우가 많았다. 더 짧게도 쳐보고 좌측으로 치려고도 했는데 그럴수록 장점이 다 사라진 느낌이었다. 마이너스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김재환은 이어 "잠실에서 타석에 들어선 '아, 어디다가 쳐야하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공간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안 좋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시프트를 의식하기 보다는 생각을 다르게 먹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의 도입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볼 판정에서 손해를 많이 봤다고 생각한 만큼 좋게 생각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우산'도 그대로 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은 양석환이 4+2년 총액 78억원에 두산 잔류에 성공했다.
김재환은 "팀 전체로 봐도 엄청난 플러스다. 그런 타자가 있다는 것 자체로도 모든 선수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 (양)석환이를 잡아준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고 인사를 전했다.잠실=이종서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