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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주야, 야구 그만두자" 할머니의 눈물→한국행 6년만의 반성…새출발 다짐한 천재 유격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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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할머니가 '학주야, 야구 그만하자' 하시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올해로 KBO리그 6년차. '천재 유격수' 이학주의 나이도 어느덧 34세가 됐다.

현실이 만만치 않다. 2008년 18세 이하(U-18) 야구월드컵 우승을 이끈 90년생 내야수 4인방(김상수 안치홍 오지환 허경민)은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리그를 호령하고 있다. 수십억대 FA 계약의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반면 당시 미국 진출로 인해 대표팀에서 빠졌던 이학주의 입지는 좁다. 김태형 신임 감독이 부임한 만큼, 2월 스프링캠프에 전력을 다해야하는 상황이다.

이학주는 제주 태생이지만, 양천중-충암고를 다녔다. 조부모님도 서울에 거주중인 만큼, 부산보단 서울이 심리적으로 가깝다.

하지만 이학주는 올겨울 부산에 머물며 연일 사직구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이제 부산이 내 집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롯데에서 뛰는 것도 올해로 3년째다. 이학주는 "작년엔 더그아웃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양팀 선수들이 하는 행동들, 또 멘털 관리 같은 걸 유심히 관찰했다. 느낀 바가 많은 1년이었다"며 담담하게 지난해를 돌아봤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철부지 같았다. 개인 성향이 너무 강했다"고 절절히 반성했다.

"지각이 많았다. 또 훈련할 때도 나 혼자 먼저 끝내고 퇴근하고, 쉬곤 했다. 다른 선수들과 소통하고, 팀으로 움직이는게 불필요한 행동이 아니라는 걸 깨닫지 못했. 경기가 잘 안 풀릴 때도 화를 내기보단 좀 넓게 보고, 분위기에 맞춰가는 모습이 필요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제 선수단내 형이 별로 없는 나이가 됐다. 내야에선 정훈, 노진혁, 오선진 뿐이다. 이제 이학주가 나서서 어린 선수들을 많이 챙겨야한다. 그는 "어떻게 하면 롯데에 더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고 했다.

2019년 SK전 끝내기 홈런을 쏘아올리며 이해 두산의 우승을 간접적으로 도왔다. 1위 결정전 제도를 신설케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올해도 잊을 수 없는 하루가 있었다. 6월2일 KIA전, 이학주의 만루홈런 포함 롯데가 양현종을 상대로 2회까지 9점을 따냈고, 14대2로 대승을 거뒀다. 조금 퇴색되긴 했지만, 삼성 시절부터 이어온 '클러치 리'다운 스타성을 보여준 한방이었다.

뜻하지 않은 부상도 당했다. 8월18일 키움전, 3루수로 나선 이학주가 땅볼 처리를 위해 대시하는 과정에서 3루로 앞뒤 없이 내달리던 이주형과 충돌했다. 이학주는 목에 큰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

1군에서 제외되거나, 최소한 며칠간 휴식을 취할법했다. 하지만 이학주는 다음날 다시 선발출전했다. 언뜻 미련했던 행동에 알고보니 사연이 있었다.

"병원이 구로였는데, 할머니가 오셨다. 나를 잡고 펑펑 우셨다. '야구 그만두자, 이렇게까지 야구를 해야되니?'라는 얘길 하시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바로 일어나서 괜찮으니 울지 마시라고 했다."

할머니와 매주 1번 이상 통화하는 다정다감한 손자다. 부상 뿐이랴. 큰 결심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좀처럼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해 괴로워하는 손자를 지켜본 마음 고생이 더해진 속내였을 것이다.

큰 충돌이었다. 통증이 없을리가 없다. 이학주는 "할머니가 몇번이고 '머리 괜찮냐'며 걱정하셨다"고 회상했다.

당시 감독과 코치진은 선수 보호 차원에서 휴식을 권했다. 하지만 이학주는 "그대로 누워있으면 무조건 2군이고, 1군에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면서 "정신을 바짝 차렸다. 다음날도 '오늘 되냐' 하시기에 뛸 수 있습니다 하고 나가서 뛰었다"고 회상했다.

시즌 타율이 3년 연속 2할 1푼을 밑돌았다. 이학주는 "백업으로 뛰니 시야도 좁아지고, 마음이 급해지더라. 난 주로 위기 상황에 대수비로 나서기도 했고"라며 "앞으로는 멋진 수비보단 안전하고 편안한 수비를 보여드리고 싶다. 홈런도 1년에 7~8개는 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