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티모 베르너의 토트넘 데뷔전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토트넘은 16일(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3~20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1라운드 경기에서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경기 토트넘은 주전 공격수 손흥민과 주전 미드필더 파페 사르, 이브 비수마가 각각 아시안컵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로 팀을 이탈하며 벤치 자원들로 선발을 메웠다.
선발 명단에는 신입생도 등장했다. 바로 베르너였다. 베르너는 지난 10일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임대 이적 소식이 공식 발표됐다. 토트넘은 팀의 핵심 자원인 손흥민이 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팀을 이탈했기 빈자리를 누군가는 채워야만 했다. 다만 베르너는 합류와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한때 베르너는 슈투트가르트에서 프로에 데뷔하며 두각을 나타낸 선수다. 그는 슈투트가르트에서의 기량을 바탕으로 RB 라이프치히에 합류하며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이했다. 그는 라이프치히 첫 시즌에 분데스리가 31경기에서 21골 5도움으로 독일 무대를 휩쓸었다. 2019~202시즌에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위협하며 라이프치히 소속으로 득점왕 경쟁에도 합류했다. 당시 베르너는 28골로 34골을 넣은 레반도프스키에 밀려 득점왕 수상은 불발됐지만, 그럼에도 독일 무대 최고의 공격수로 인정받았다. 그는 라이프치히 소속 159경기에서 95골을 넣었다.
이후 첼시가 베르너를 영입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향했다. 하지만 첼시에서의 베르너는 완전히 다른 선수로 변했다. 빠른 스피드 외에는 전혀 장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상대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그의 골 결정력은 첼시 팬들을 매 경기 탄식하게 만들었다.
결국 베르너는 첼시 소속 두 시즌 동안 EPL에서 단 10골을 넣는 데 그치며 2022~2023시즌을 앞두고 라이프치히로 복귀했다. 하지만 결국 라이프치히 복귀도 성공적이지 못하며 토트넘의 손을 잡고 다시 EPL로 돌아왔다.
베르너는 토트넘에서의 첫 경기 그의 장단점을 모두 보여줬다. 후반 35분 교체되기 전까지 선발로 나서서 경기장을 누빈 그는 빠른 속도와 드리블 능력으로 맨유 수비를 흔들었다. 로드리고 벤탄쿠르의 득점으로 이어진 도움과 더불어 기회 창출 1회, 드리블 돌파 4회 등 공격에서 베르너가 가진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단점도 명확했다. 골 결정력이 여전했다. 베르너는 이날 경기 5번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단 한 차례도 유효슈팅이 되지 못했다. 볼 경합에서도 6번을 모두 패하며 아쉬웠다.
날카로운 슈팅 능력과 부단한 수비 가담 능력을 갖춘 손흥민과 비교하면 더욱 단점이 도드라진다. 손흥민은 지난 본머스전에서 득점과 함께 기회 창출 2회, 유효슈팅 2회, 볼 경합 성공 3회 등을 기록했고, 올 시즌 유효슈팅 비율도 무려 50퍼센트로 슈팅 중 절반이 골문으로 향했다. 베르너의 골 결정력이 반등하지 못한다면 손흥민과의 비교에서 더욱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베르너를 향한 당초 여러 우려와도 연결된다. 베르너는 첼시 시절부터 극심한 골 결정력 문제를 보여줬다. 첼시 시절 문전 앞에서 잡은 절호의 기회들을 어이없는 슈팅으로 골문 밖으로 내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당시 베르너는 움직임은 위협적이었음에도 팀 경기 결과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자주 나왔다. 이미 토트넘이 베르너 영입에 관심을 보이자 그의 실수가 다시 각광받기도 했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토트넘 팬들은 베르너가 쉬운 기회를 놓치는 영상을 공유하며 베르너를 임대로 EPL로 데려오겠다는 구단의 계약을 가볍게 여겼다. 이미 토트넘 팬들은 SNS에서 그가 기회를 낭비하는 모습을 조롱당한 것을 근거해 베르너에게 큰 자신감을 갖고 있지 않다'라며 토트넘 팬들이 이미 베르너 영입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데일리메일이 공개한 영상에서 베르너는 한 프리스티알 축구 전문가의 패스 이후 빈 골대에도 공을 넣지 못하고 멀리 날리는 등 그가 EPL 무대에서 보여줬던 끔찍한 골 결정력을 다시 선보였다. 이후 팬들은 그의 심각한 골 결정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실수 모음집을 SNS에 올리며 '이 일이 우리에게 잘 풀리지 않을 수가 없다'라며 베르너 영입하는 것이 쉬운 이유는 그가 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을 주장했다.
EPL 출신 공격수 가브리엘 아그본라허는 "왜 그를 시즌 중간에 보내주는 걸까? 그는 EPL 56경기에서 10골을 넣었다. 답답한 선수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를 보면 어느 날은 잘 달리고, 잘 마무리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음 경기를 보면 미하일로 무드리크처럼 잘못된 달리기를 하고 수비와 마주치고, 일대일 기회를 놓칠 것이다. 그는 경기를 마쳤을 때 다르윈 누녜스를 생각나게 한다"라며 베르너의 결정력이 올 시즌 EPL에서 아쉬운 결정력을 선보인 무드리크, 누녜스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다만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베르너의 첫 경기 활약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포스테코글루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베르너의 활약에 대한 질문에 "그는 우리와 두 번의 훈련 세션을 가졌고, 오랫동안 경기에 뛰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보니 그가 우리의 게임을 이해하고 훈련 속도에 익숙해지면, 정말 흥미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그런 순간이 약간 있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는 항상 위협적이고, 그가 이곳에서 축구를 즐길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포스테코글루는 선발 명단에 공백이 생겼던 점을 메워준 점에 대해서도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나는 오늘 그를 선발로 내보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는 정말 기꺼이 동참했다. 그는 우릴 돕고 싶었다. 그는 손을 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며, 그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말했다"라며 선수들의 이탈과 부상으로 생긴 공백을 베르너가 기꺼이 책임졌다고 밝혔다.
실제로 베르너가 토트넘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았다. 스카이스포츠는 '베르너는 3년 전만 해도 독일 축구의 떠오르는 스타였다. 그는 당시 첼시가 그를 위해 4700만 파운드를 지불했을 때 EPL을 호령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토트넘이 향후 베르너를 1500만 파운드에 완전 영입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가치에서의 큰 하락이지만, 베르너가 지난 기간 겪었던 어려움을 반영하기도 한다. 27세면 전성기의 나이지만, 그는 자신의 잠재력을 다른 사람과 자기 자신에게도 다시 입증해야 하는 경력의 교차로에 자리해 있다'라며 토트넘 이적이 베르너에게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베르너의 첼시 시절에 대해 '성공적인 이적은 아니었다. 56경기에서 10골은 기대득점이 18.54골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비참했다. 큰 기회들을 놓쳤고, 오프사이드도 일상이었다'라고 평가하며 '그는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발목 부상으로 타격을 입었으며, 이후 올 시즌 라이프치히에서 선발 출전 2경기, 2골에 그쳤다'라고 현재 상황을 전했다.
스카이스포츠 독일판 소속 기자 필립 힌츠는 "베르너의 이름 뒤에는 큰 물음표가 있다. 그는 첼시 이적 전까지 냉혈한 공격수였다. 그는 정말로 터프했고,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에서 분명한 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은 그러지 못했다. 그가 다시 단계를 끌어 올리려면 여러 번의 좋은 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쉽지는 않다. EPL은 정말 힘든 리그고, 분데스리가보다 더 어렵다. 하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베르너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행인 점은 베르너가 첼시 시절부터 EPL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그는 런던을 알고 있으며, EPL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내 생각에 그는 자신감이 매우 낮았을 수도 있다. 그의 시작은 좋지 못했고, 라이프치히에서도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아마도 포스테코글루 밑에서 정기적인 출전 시간을 가져갈 수 있다면 말이다"라며 토트넘에서는 베르너가 다를 수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윙어들을 최전방 깊숙히, 그리고 넓게 배치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는 1대1 상황을 활용할 수 있는 폭발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강력한 스피드가 필요한데,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베르너는 폭발적 스피드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또 '베르너는 2021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포백 라인을 넓혀주며 팀 동료들에게 공간을 내줬고, 첼시 시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순간이었다. 터치맵을 비교해 보면 손흥민과 베르너의 동선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베르너의 특성도 충분히 좋다고 평가했다.
토트넘은 향후 1월 일정에서 베르너의 활약이 더욱 중요하다. 제임스 매디슨이 복귀가 임박했지만, 마노르 솔로몬, 이반 페리시치 등 측면 자원들의 복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며, 브레넌 존슨과 히샬리송은 경기력 기복 우려가 있다.
포스테코글루의 기대와 예측대로 베르너가 토트넘에서는 첼시와 달리 흥미로운 경기력으로 팬들을 매료시킬지도 관전 요소가 될 전망이다.
이현석 기자 digh1229@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