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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현장]시즌 최종전을 관중석에서 본 김태연…"야구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 신혼여행 생략하고 내년 준비, 후배 노시환 열정 배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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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의 내외야 전천후 전력인 김태연(26)은 정규시즌 마지막 날 매우 특별한 경험을 했다. 10월 16일 롯데 자이언츠와 페넌트레이스 최종전을 대전야구장 관중석에서 봤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2016년 한화 선수가 된 후 경기가 있는 날 관중석에 올라간 게 처음이었다. 12월 결혼 예정인 예비 신부가 함께 했다.

더그아웃, 그라운드 안에서 보는 경기와 전혀 달랐다. 1만2000명 만원 관중이 뜨겁게 한마음으로 이글스를 응원하고 있었다.

"야구가 다르게 보였다. 그날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면서, 언제까지 야구를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더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경기 중엔 긴장한 상태로 집중해 관중석의 응원 소리가 잘 안 들린다고 했다. 그는 "우리 유니폼을 입은 팬 한 분 한 분의 응원이 온몸을 휩쌌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시는 팬들에게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통깁스를 한 그를 알아본 많은 팬들이 부상을 아쉬워하고, 빠른 회복을 기원했다. 한화 야구로 선수와 팬이 일심동체가 됐다.

9월 22일 대전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 2회말. 유격수 땅볼로 나가 정은원 타석 때 1루에서 2루로 내달렸다.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이 과정에서 왼손 중지가 골절됐다.

우여곡절 많았던 시즌이 그렇게 끝났다. 91경기에서 타율 2할6푼1리(245타수 64안타), 4홈런, 25타점.

4월 2일 히어로즈와 개막 2번째 경기에 6번-1루수로 첫 출전해 2루타 포함해 2안타를 쳤다. 첫 경기 후 부진이 이어졌다. 팀이 바닥으로 떨어진 4월, 타율 1할9푼6리에 그쳤다. 5월에 1경기를 뛰고 2군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내외야를 오르내리면서 119경기에서 97안타-53타점을 올렸다. 자리를 잡은 줄 알았는데 아직 아니었다. "너무 잘하려고 하다보니 한 경기를 못해도 멘탈이 흔들렸다"고 했다. 부진에 부진이 꼬리를 물었다.

30일 재정비를 거쳐 달라진 모습으로 1군에 복귀했다. 6월 3할4푼1리, 7월 2할8푼, 8월 2할9푼6리를 때렸다.

최원호 감독은 "우리 팀 타선에서 꾸준한 전력은 노시환 채은성과 김태연뿐이다"고 했다. 그런데 피말리는 순위 싸움 중에, 4번 타자 노시환이 아시안게임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출전한 마지막 경기에서 부상으로 시즌아웃됐다.

김태연은 "시환이 빈자리를 채운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대체자 중 한명으로 팀에 힘이 되고 싶었는데 한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보여줄 게 더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돼 많이 아쉽고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서산 한화 2군 구장에서 마주한 김태연. 그는 클럽하우스 2층에 설치된 트레드밀을 달리고 반바지 차림으로 내려왔다. 오후 훈련이 끝났다고 했다.

"(부상 직후에는) 뼈가 부러져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일단 한 열흘 정도 쉬었다. 서산에 내려와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 하체 위주로 운동을 많이 했다. 시즌이 끝나고 마무리 캠프와 이곳 서산에서 선후배 모두 다 열심히 하고 있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 지겨울 틈이 없다. 시간이 금방 흘러간다."

혼자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야구를 봤다. 밖에서 보니 더 잘 보였다. "야구를 보면서 공부를 했다. 내가 저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플레이를 했을까, 머릿속으로 그리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한 시즌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후배 노시환, 문동주가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로 출전했다. APBC엔 팀 막내 문현빈도 참가했다. 김태연은 "후배들을 많이 응원했다. 뿌듯했다. 한편으로는 그들의 열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김태연은 신혼여행을 생략하고 시즌 준비를 한다.

서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