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LG 트윈스, 구단주까지 선수단에 힘을 실어줬다.
구광모 LG그룹 회장(45)이 7일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LG가 2002년 이후 21년 만에 진출한 한국시리즈 첫 경기를 선수들, 그리고 잠실야구장을 꽉 채운 LG 팬들과 함께 했다.
2018년 6월 29일 그룹 회장에 취임한 후 1956일 만의 첫 야구장 방문이다. 구광모 회장은 2019년 구단주가 됐다. 그동안 야구단에 관해서는 구본능 구단주대행이 전면에서 나서 처리했다.
경기 시작 30여분 전 경기장에 도착한 구광모 회장은 중앙 테이블석 뒤 구단 관계자석에 자리했다. 김인석 LG스포츠 대표와 끝까지 경기를 지켜봤다. 득점 찬스에서 적시타가 터지고, 호수비가 나올 때마다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그라운드의 선수들과 하나가 되어 호흡하는 모습.
LG가의 특별한 야구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고(故) 구본무-구본준 구단주 형제와 구광모 회장의 생부인 구본능 전 KBO 총재까지 야구에 진심이었다. 구광모 회장이 그 피를 이어받았다.
최고 인기팀 LG의 가을야구에 팬들도 열광적으로 반응했다.
이날 잠실야구장에는 2만3750명 만원 관중이 들어찼다. LG 유광점퍼 물결은 3루쪽 원정 응원석까지 이어졌다. 상대적 소수자 KT 팬들은 섬처럼 고립됐다.
지난 6일 1차전 예매 시작과 동시에 티켓이 매진됐다. 티켓 전쟁이 벌어졌다. 한때 4인 테이블석(40만원 판매) 기준으로 인터넷 재판매 가격이 75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2만3750석으로는 29년 만에 우승을 보고 싶은 LG팬들의 뜨거운 열망을 담을 수 없었다.
구광모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LG는 2대3으로 1차전을 내줬다. 2002년 11월 8일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8대7로 이긴 후 21년 1일 만에 승리를 노렸지만 아쉽게 1점 차로 패했다.
1회초 실책으로 선취점을 내준 LG는 1회말 반격에 성공했다. 1사후 2번 박해민, 3번 김현수가 연속 안타를 쳤다. 1사 1,3루에서 운이 따랐다. 4번 오스틴 딘이 때린 땅볼 타구를 KT 2루수 박경수가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했다. 이 때 3루 주자 박해민 홈을 파고들어 1-1 동점을 만들었다. 5번 오지환의 우전안타로 만루 찬스를 이었고, 6번 문보경이 희생타를 쳐 역전에 성공했다. 2-1.
2회초 무사 1,2루에서 LG 내야 라인이 실점 위기를 지웠다. 문상철이 친 타구를 2(포수)-5(3루수)-3(1루수) 병살 플레이로 연결했다. 이때 KT 1루 주자 배정대가 2루를 지나 3루까지 내달렸다. LG 내야진이 배정대까지 3루에서 잡아, 순식간에 이닝을 끝냈다. 2004년 한국시리즈 7차전 이후 19년 만에 나온 삼중살이다.
하지만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4회초 KT가 연속 볼넷으로 1사 1,2루 기회를 만들었다. 장성우가 1타점 적시타를 때려 2-2 동점을 만들었다.
2-2 팽팽한 기싸움이 길게 이어졌다.
균형은 9회초 KT 문상철에 의해 깨졌다. 2사 1루에서 LG 마무리 고우석을 상대로 좌월 1타점 결승 2루타를 터트렸다. 3-2. 9회말을 박영현이 마무리 했다.
1차전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74.4%다. 총 39번(1982년 1차전 무승부) 중 29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렇다고 LG가 불리한 건 아니다. 지금까지 정규시즌 1위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건 84.4%다. 32번(단일 시즌 기준) 중 27번을 이겼다. 74.4%와 84.4% 두 확률 간의 힘 겨루기가 시작됐다.
잠실=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