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가슴이 뭉클하더라."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던 롯데 자이언츠의 이종운 감독대행의 가슴속엔 고마움만 가득했다. 우승한지 31년째인 2023시즌에도 롯데는 우승에 실패했다. 이제 5강 탈락이 눈앞에 있다. 비록 감독대행이지만 팬들에 대한 죄송함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런데 9일 잠실에서 깜짝 놀랐다. 이미 5강이 멀어졌는데 롯데 선수들을 응원하는 팬들이 3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것이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LG팬들만 가득할 것으로 봤는데 아니었다. 이날 관중은 매진(2만3750명)에 가까운 2만2807명. 롯데 원정 관중이 오지 않으면 이 정도의 관중을 기록할 수 없다.
팬들의 응원 덕분이었을까. 롯데는 이날 투수들이 LG 타선을 단 1점으로 막고 타선도 터지며 8대1의 완승을 거뒀다. LG가 지난 4일 부산에서 롯데에 승리를 거두고 우승 세리머니를 했었는데 이날은 롯데팬들이 경기 후 야구장 밖에서 한참 동안 롯데 응원가를 부르며 롯데의 승리를 만끽했다.
이 대행도 경기후 승리를 즐긴 롯데팬들을 봤다고. 이 감독은 "가슴이 뭉클했다"며 당시의 감동을 표현했다. 이 대행은 "우리가 선수로 뛰던 시절엔 욕밖에 안들렸는데…"라면서 "정말 우리 팬들 대단하시다. 응원 문화도 정말 좋아졌다는 것을 또 느꼈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 팬분들을 보면서 정말 미안하더라. 이런 성적인데 팬들께서 이렇게 응원해 주신다. 우리 선수들도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진짜 잘해야 한다"고 말한 이 대행은 다시한번 "정말 미안하더라"면서 팬들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을 계속 말했다.
롯데는 1992년 두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1995년과 1999년에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올랐을 뿐 2000년이후엔 한국시리즈에도 오르지 못했다. 2017년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오른 것이 마지막 가을야구 진출이다.
올시즌엔 4월에 14승8패로 1위에 오르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불펜이 무너지면서 6월부터 내리막을 탔고, 래리 서튼 감독까지 건강 문제로 사퇴하는 정국을 맞이했고, 결국 가을야구 진출이 어려워졌다.
그럼에도 롯데팬들의 응원은 계속됐다. 10일 잠실에도 3루측 원정 관중석엔 롯데를 응원하는 팬들로 가득찼다. 열심히 응원가를 부르며 롯데 선수들의 득점을 바랐지만 아쉽게 결과는 전날과 달랐다. 0대7 패배. 6년 연속 5강 탈락이 확정됐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