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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현장]마음 고생 심했던 '욕받이 감독', AG 우승 후 아이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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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황새' 황선홍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이 원래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던가.

황 감독이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회 기간 중 이토록 해맑게 웃은 건 처음이 아닐까 싶다. 황 감독은 7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황룽스포츠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을 2대1 역전승으로 마치고 승리의 미소를 띄었다. 황 감독은 백승호 정우영 등 선수들을 비롯해 스태프들과 일일이 포옹하고 악수를 나눴다. 모든 부담을 내려놓은 사람 같았다.

황 감독은 대회 기간 내내 공식 석상에서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다. 쿠웨이트를 상대로 한 조별리그 1차전에서 9대0 대승을 거둔 뒤에도 "빨리 잊자"며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중국과 8강전, 우즈베키스탄과 준결승에서 이길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평정심을 유지하자"는 말을 가장 많이 했다. 주변에선 왜 사진을 찍을 때 웃지 않냐고 좀 웃으라 했지만, 황 감독의 입고리는 좀체 올라갈 줄 몰랐다.

황 감독은 한국의 목표가 8강 진출, 준결승 진출이 아닌 '오직 금메달'이기 때문에 마지막 순간에 샴페인을 터뜨리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결승전 당일 정우영의 동점골과 조영욱의 역전결승골에 힘입어 역전승을 거둔 뒤 시원한 웃음의 샴페인을 터뜨렸다.

황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과 싸잡아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아시아 U-23 아시안컵에서의 부진한 성적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던 황 감독은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선수의 발탁, 2부리그 출신 공격수의 발탁, 무전술 논란 등에 휩싸였다. 지지하는 세력은 많지 않았다. 외롭게 대회를 준비했다. 아시안게임에선 오직 결과로 말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도 그런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다.

황 감독은 최근 수년간 이어진 힘겨운 시간을 딛고 드디어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 기세로 내년에 열릴 파리올림픽에도 도전한다.

항저우(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