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4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KT 위즈와 더블헤더에 나선 KIA 타이거즈. 1차전에선 방망이가 폭발했다. 13안타로 10득점을 만들면서 KT 마운드를 초토화 시켰다. 10대2 승리. 이날 경기 전까지 2.5경기차로 뒤지던 5위 SSG 랜더스와의 승차는 2경기로 줄었다. 실낱같은 가능성이지만 SSG와의 맞대결이 포함된 잔여경기 일정, 1경기를 덜 치른 상황 등을 고려하면 분명 의미 있는 승리였다. 내심 더블헤더 2차전까지 잡으면서 SSG와의 격차를 이어가거나, 줄이는 게 KIA의 최대 목표였다.
오후 6시7분 종료된 더블헤더 1차전. 심판진은 30분 뒤인 6시37분 더블헤더 2차전 시작을 알렸다. 그런데 경기 시작 15분여를 앞두고 갑자기 마른 하늘에서 굵은 빗줄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차츰 강해지기 시작한 비는 어느덧 장대처럼 쏟아붓기 시작했다. 더블헤더 1차전 종료 후 간단한 그라운드 정비 후 휴식을 취하던 구장 관계자들이 다급히 뛰쳐나와 내야 전체를 덮는 대형 방수포를 깔았다. 방수포 위엔 5분도 채 되지 않아 큰 물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자 심판진은 경기 시작을 위한 그라운드 정비를 명령했다. 그런데 방수포를 걷어내자 마자 다시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구장 관계자들은 다시 황급히 원상복구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결국 더블헤더 2차전은 예정보다 1시간8분 뒤에 치러졌다.
더블헤더 1차전 기세를 이어갈 것처럼 보였던 KIA. 그런데 2차전에서 타선의 분위기는 거짓말처럼 차가워졌다. KT가 세운 대체 선발 이선우를 공략하지 못했다. 2회초 2사 2, 3루 찬스에서 김태군이 맥없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0-3으로 뒤지던 4회초엔 소크라테스의 추격포와 김석환의 진루타로 1점차까지 추격했으나, 대타 한준수가 병살타에 그쳤다. 불과 수 시간 전 KT 선발 배제성을 두들기면서 빅이닝을 만들어내던 모습과는 딴판이었다.
KT는 더블헤더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빈공을 이어갔다. 1회말 선취점을 얻고 3회말 2득점에 성공하면서 리드를 잡았으나, KIA가 추격하기 시작한 시점부터는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최근 침체된 타선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KIA는 더블헤더 2차전에서 2대3으로 패하면서 1차전 대승이 무색케 됐다. 설상가상으로 SSG가 이날 NC 다이노스에 승리하면서 KIA와의 승차는 3경기차로 더 벌어졌다. 더블헤더 싹쓸이를 통한 대반격을 꿈꿨던 KIA에겐 장대비로 훼방을 놓은 하늘이 야속할 수밖에 없는 밤이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