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의 첫 정규리그 우승. 우승 후보를 맡아 우승을 시켰으니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염 감독 스스로도 자신의 감독 인생에거 세손가락 안에 꼽는 힘든 시즌이라고 했다. 그가 밝힌 위기는 4월말과 7월말이었다. 둘 다 선발과 관련이 있었다.
염 감독은 케이시 켈리와 아담 플럿코의 다승 1,2위에 김윤식 이민호 강효종으로 국내 선발진을 구성해 출발했다.
그러나 김윤식은 WBC 여파 때문인지 구속이 오르지 않았고 들쭉날쭉한 피칭이 계속됐고, 이민호는 1경기만에 부상으로 빠졌다. 강효종도 갈수록 기대이하였다. 염 감독은 "4월말에서 5월초가 됐을 때 선발 3명이 다 실패라는 것이 나왔다. 가슴 한쪽 구석이 조마조마 했다. 여기서 못버티면 4,5위에서 놀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왔다"라고 했다.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것이 선수들이었다. 염 감독은 "선수들이 더그아웃에서 지고 있어도 '원찬스야' '뒤집을 수 있어'라고 파이팅을 하더라. 내가 얘기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였다"면서 "결국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것이지 않나. 선수들이 똘똘 뭉쳐있구나. 선수들이 나의 불안감을 자신감으로 바꿔줬다. 어려운 시기에 힘이 돼줬다"라고 했다.
선수들의 파이팅은 5월의 '떡상'으로 돌아왔다. LG는 5월에 16승1무6패를 기록했다. 5월에 1위로 마칠 수 있었다. 염 감독은 "타선이 터지면서 5월에 승패마진 플러스 10을 만들어줬다. 그것이 선수들과 나에게 여유를 줬다. 이후에 작은 위기가 와도 벌어놓은 것이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라고 했다.
힘들었던 선발진에서 임찬규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었다. 임찬규는 시즌 초 롱릴리프로 출발했으나 이민호의 부상으로 대체 선발로 투입됐고 호투를 이어가며 에이스가 됐다. 특히 5월엔 4경기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고 평균자책점 1.13을 기록하며 플럿코와 함께 팀을 이끌었다.
염 감독은 당시 경기 운영을 플럿코와 임찬규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임찬규와 플럿코 경기에 목숨을 걸었다"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염 감독은 "임찬규와 플럿코가 던지는 경기에 필승조가 나갈 수 있게 해 이기는 경기를 했다. 나머지 3경기에선 타격 싸움을 해 3번 중 한번만 이기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면 5경기 중에 3경기는 이기는 셈이 되는 것이었다"라고 했다. 염 감독은 "우리 팀 사정상 그렇게 운영을 할 수밖에 없었고, 불펜진도 처음 1군에 올라온 투수가 많아 연투가 쉽지 않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팀이 연승이 길지는 않았지만 위닝 시리즈는 많았다"라고 했다.
염 감독에게 찾아온 두번째 위기는 7월말이었다. 플럿코가 던지지 못하게 된 것. 플럿코는 전반기에 11승1패의 엄청난 피칭을 했지만 후반기엔 감기몸살에 코로나19로 한동안 던지지 못했고, 8월 26일 NC전 등판을 마지막으로 좌측 골반뼈 타박으로 인해 시즌 아웃됐다.
염 감독은 "플럿코가 아픈 시점에서 우리가 1위를 지킬 수 있느냐가 중요했는데 그때 최원태가 오면서 플럿코의 자리를 메웠다"라며 "플럿코가 빠지면 선수들은 물론 팬들에게도 심리적으로 영향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원태가 와서 선발이 채워졌다. 또 이정용이 선발로 살아났고, 김윤식이 한자리를 맡아주면서 플럿코가 없어도 1위를 유지할 수 있겠다 싶었다"라고 했다.
감독을 하며 우승을 염원해왔던 염 감독은 8월을 지나며 정규리그 우승을 확신하며 우승 순간을 상상했었다고. "잠실구장에서 팬들과 함께 하는 것을 상상했었다. 펑펑 울 거라고 생각했다"는 염 감독은 "그런데 부산내려오는 차에서 우승이 확정되니 눈물 한방울 나지 않더라. 기쁘긴 기쁜데 의외로 담담했다"라며 생각과는 달랐던 우승 순간을 말했다. "6일 홈경기나 홈 최종전에 정규리그 우승 트로피를 받으면 좀 실감이 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