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홍콩 우익수의 슈퍼캐치가 낳은 나비효과일까.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이 30여분간 경기를 지연시켰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의 샤오싱 야구문화센터 제1구장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A조 1차전 홍콩전을 치르고 있다.
예상했던 대로 홍콩 투수들의 직구는 전광판 기준 빨라야 120km 안팎이었다. 커브를 구사하니 90㎞ 미만의 구속이 나왔다.
그리고 우려했던 대로 한국 타자들은 보기드문 느린 공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1회말 2사 1,2루 찬스에서 문보경의 적시타로 1점을 선취했지만. 이후 답답한 공격이 이어지며 추가점을 올리지 못했다.
그리고 3회말. 국제대회라고 보기 힘든 어이없는 판정이 현장을 당혹으로 물들였다.
한국의 선두타자 최지훈은 3루쪽 절묘한 기습번트를 댔다. 이어 당황한 상대 투수의 1루 송구가 빗나가자 2루까지 내달렸다. 안전한 슬라이딩까지 일품이었다. 이어 다음타자 노시환이 볼넷을 골라내며 무사 1,2루의 황금 찬스.
다음타자 강백호의 타구는 우익수 오른쪽으로 날아드는 날카로운 타구. 이때 홍콩 우익수 응얀팡의 슈퍼캐치가 나왔다. 그는 뚝 떨어지는 강백호의 타구를 정확히 포착, 다이빙캐치로 공을 건져올렸다.
여기까진 멋진 플레이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루주자 최지훈은 타구를 보고 일단 멈췄다. 그러면서 1루주자 노시환이 최지훈을 지나쳤다. 그리고 아웃을 확인한 최지훈은 여유있게 2루로 돌아오고자 했지만, 상대의 중계플레이가 예상보다 빨랐다. 심판은 2루 아웃을 선언했다. 노시환은 선행주자 추월로 아웃, 최지훈은 2루 포스아웃으로 삼중살 상황이 된 것.
홍콩 수비진의 플레이가 이상했다. 공을 굳이 1루로 중계, 1루를 터치한 것. 이유가 무엇이든 홍콩팀은 3아웃을 확신하며 더그아웃으로 뜨겁게 복귀했다.
이때 이종열 1루 코치가 '아직 2아웃'이라고 항의했고, 심판은 홍콩팀을 다시 그라운드로 불러냈다. 이때부터 심판이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양팀의 항의를 모두 들은 심판들은 2아웃 상황에서 2루주자 최지훈에게 1루로 돌아올 것을 지시했다. 앞선 상황에서 한참 전에 2루에 간 주자에게 1루로 오라고 하니 양팀 벤치 모두 납득하지 못했다.
심판과 코치진 간에 오랜 이야기가 오갔다. 이 과정에서 시간도 30분 가량 지연됐다.
그런데 잠시 후 조금이나마 수수께끼가 풀렸다. 심판진이 최지훈을 벤치로 돌려보내고, 노시환을 1루로 부른 것.
정황상 심판진은 노시환의 선행주자 추월은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2루에서는 최지훈의 포스아웃이 맞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2사 1루 상황이 돼야하는데, 노시환과 최지훈을 구분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결국 경기는 2사 1루(1루주자 노시환)에서 재개됐고, 다음타자 문보경이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되며 3회말이 마무리됐다.
선발 원태인의 직구 구속은 140㎞ 미만이지만, 훌륭한 구위로 홍콩 타자들을 꽁꽁 묶고 있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