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2023시즌 하나원큐 K리그1 정규리그 마지막 '동해안 더비'는 심판이 망쳤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는 지난 3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1 32라운드 경기에서 90분간 혈투를 펼쳤지만 0대0으로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승부는 홈팀 포항이 울산을 압도했다. 볼점유율도 61%대38%로 포항이 우위를 점했고, 슈팅수에서도 12대1로 포항이 앞섰 정도였다.
하지만 주심과 VAR(비디오 판독) 심판들이 포항의 승리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승점 3을 빼앗긴 포항은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날 포항이 승리했다면 선두 울산(승점 66)과 2위 포항(승점 58)의 격차는 5점으로 줄어들 수 있었다.
결국 포항은 1일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 심판평가소위원회에 울산전에서 나온 3가지 오심 여부 검토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포항은 '울산전에서 일부 이해하기 힘든 심판 판정의 결과가 나왔기에 심판평가소위원회에서 해당장면에 대한 정심·오심 판정의 유무를 명확히 판단해주시길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첫 번째 문제의 장면은 전반 31분에 나왔다. 우측 측면에서 신광훈의 크로스가 문전에 있던 울산 수비수 임종은에 맞고 굴절된 볼을 쇄도하던 제카가 넘어지면서도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그런데 주심은 제카가 임종은에게 반칙을 범했다며 득점을 취소했다. 황당, 그 자체였다. 임종은은 볼을 걷어내려다 스스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주심은 제카의 반칙을 선언했다. 황당함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논란의 장면이 명확함에도 주심은 'VAR 온 필드 리뷰'도 하지 않았다. 포항 측은 공문을 통해 '주심이 최소한 본인 스스로 VAR 검토를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VAR을 보지 않았던 점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경기 내내 주심이 판정한 선수들간의 피지컬 접촉 정도를 비교했을 때와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 판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논란은 9분 뒤에 발생했다. 주심이 명백한 페널티킥(PK)을 선언하지 않았다. 포항의 공격수 김인성이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뒷 공간으로 연결된 볼을 잡고 페널티 박스 오른쪽으로 돌파할 때 뒤따라오던 울산 이명재와 부딪혀 넘어졌다. 이 과정에서 김인성은 아무런 접촉이 없었으면 곧바로 골문으로 향해 슈팅까지 날릴 수 있었다. 포항 측은 '이명재 선수가 동일선상에서의 피지컬 경합이 아니라 뒤에서 달려오면서 손을 사용해서 공격자의 중심을 무너뜨려 넘어진 부분은 마땅히 PK로 판정돼야 했음'이라고 되짚었다.
마지막 논란은 후반 38분에 벌어졌다. 울산 이청용과 포항 완델손의 볼경합 시 터닝하면서 이청용이 돌아서면서 완델손의 턱을 가격했다. 이 장면 역시 파울로 선언되지 않고 경기가 진행됐다. 포항 측은 '이청용 선수는 터닝 장면에서 단순 팔로업이 아닌 완델손의 얼굴을 향해 왼팔을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엘보우로 턱에 대한 가격이 이뤄졌다. 해당장면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사후징계에 대한 판단을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안타까운 건 완델손의 시즌 아웃 소식이었다. 이날 풀타임을 소화한 완델손은 경기가 끝난 뒤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해 병원 정밀진단 결과 턱관절 두 곳이 골절됐다. 향후 6주에서 8주간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완델손은 올 시즌 전성기 못지 않은 기량을 뽐내며 팀에 헌신 중이었다. 심상민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뒤부터 불만없이 김기동 감독이 주문한 왼쪽 풀백에서 물샐 틈 없는 수비력과 가공할 만한 공격력까지 보여줬다.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는 지난 7월 12일 인천-울산전에서도 명백한 고의성 반칙을 현장에 이어 사후까지 모른척한 적이 있다. 당시 당시 울산 이규성은 공과 상관없이 상대 선수인 문지환을 향해 거칠게 팔을 휘둘렀다. 이규성의 팔은 문지환의 안면을 강타했다. 문지환은 그대로 피치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이규성의 행위는 의심의 여지 없는 퇴장감이었다. 하지만 주심은 비교적 쉬운 각도에서 보고도 이 장면을 그냥 넘어갔다. 사후에도 협회 심판위원회는 사후 징계감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올해 마흔이 된 K리그는 지난 30일 새 역사를 썼다. 190경기에서 유료관중 총 200만4689명을 기록했다. 역대 처음 한 시즌 '유료 관중 200만명' 기록이 작성된 것이다. 특히 '동해안 더비'에는 1만4640명의 구름 관중이 몰렸다. 그러나 K리그 심판 수준은 관중들이 내고 들어온 돈만큼 따라주지 못했다. 심판 문제는 오래 묵은 병폐다. 그들이 좀먹을 때마다 K리그 인기는 떨어지게 돼 있다. 씁쓸한 현실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