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비 씨 "연휴 땐 우리 전통음식 만투 만들어 가족과 바닷가에 소풍 가요"
한국 생활 만 2년 '적응 완료'…한국문화체험서 "햄 빠진 삼색전도 맛있어요"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이제 한국에서의 생활에도 나름대로 적응이 된 것 같아요. 연휴를 지내는 큰 명절이 2번 밖에 없는 건 좀 아쉽지만요."
지난 26일 울산 동구 화정가족문화센터에서 만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가족 나시마 야쿠비(40) 씨는 고향의 명절이 그립지 않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2021년 8월 탈레반 정권을 피해 본국을 떠나 한국에 왔고, 약 5개월간의 언어와 문화 교육을 거쳐 지난해 2월 울산에 정착했다.
한국에 온 지 만 2년이 된 야쿠비 씨는 여전히 히잡을 착용하는 등 본래 문화를 간직하면서도 한국 생활에 녹아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처음엔 언어와 음식 모두가 낯설었는데 지금은 적응을 완료했다"며 "서툴지만 한국어도 계속 배우고, 아이들도 한국 사람처럼 키우면서 공부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모두가 가족을 만나 화기애애한 덕담을 나누는 추석 명절.
타국의 명절에 고향이 그리울 법도 하지만 야쿠비 씨는 엿새나 되는 연휴를 위해 가족과 멋진 휴가 계획을 세웠다.
그는 "나도 한국어 학원에 안 가고, 남편도 회사에 안 가고, 아이들도 학교에 안 간다"며 "바비큐 케밥과 만투(아프간 전통음식)를 만들어서 가족들이 다 같이 바닷가에 소풍을 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큰 명절이 설과 추석 총 2번 있지만 아프간에서는 2번의 이드 축일과 새해 등 총 3번의 명절을 크게 기념한다"고 소개했다.
"명절에는 보통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빵과 견과류, 과일 등 음식을 나눠 먹는데 한국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설과 추석 등 한국 명절을 따로 기념하지는 않고, 한국에서 아프간 명절을 지낼 때는 다른 특별기여자 가족들을 만나 음식을 나눠 먹는다"며 "부모님과 형제를 만나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날 이곳에서는 추석을 맞아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을 위한 한국문화 체험 행사가 열렸다.
아이를 데리고 온 15명의 여성은 삼색 꼬치전과 송편 등 한국 전통음식을 만들었다.
이들이 요리한 삼색 꼬치전은 햄은 빠진 채 단무지와 맛살, 꽈리고추만 들어가 있었다.
돼지고기를 일절 먹지 않는 이슬람 문화가 한국 전통음식에 녹아든 모습이었다.
삼색전에 계란 물을 묻혀 굽던 한 여성은 "햄이 안 들어간 삼색전도 나름대로 맛있다"며 내밀어 보이기도 했다.
엄마가 요리에 여념이 없는 사이 아이들은 투호 던지기, 제기차기 등 한국 전통 놀이를 배우며 즐거워했다.
남자팀과 여자팀으로 나뉘어 색깔판 뒤집기 시합을 할 때는 팀끼리 서로 얼싸안고 방방 뛰기도 했다.
놀이 시간이 끝난 뒤 모여앉은 아이들은 고사리손으로 떡을 반죽해 달콤한 깨고물을 넣어 송편을 만들었다.
자신이 만든 송편을 집어 먹다가 "달콤하고 맛있다"며 엄마 입에 넣어주기도 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 390여 명은 무장 정권 탈레반의 집권을 피해 2021년 8월 말 한국에 들어왔다.
이들 중 29가정 157명(약 40.2%)이 지난해 2월부터 울산 동구에 정착했다.
이후 일부가 타 시도로 이주해 지금은 23가정 137명이 울산에서 생활하고 있다.
jjang23@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