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쥐구멍에 숨고 싶었죠. 그런데 야구를 하다보면 꼭 이렇게 다시한번 기회가 오더라고요."
롯데 자이언츠 유강남의 얼굴은 후련함으로 가득했다.
9회말 1사 만루 찬스에서 당당하게 대타로 등장했지만, 병살타를 쳤다. 카메라에 잡힌 유강남의 표정은 '넋이 나갔다'는 표현 그대로였다.
롯데는 7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주중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연장 11회말 터진 유강남의 끝내기 안타로 2대1, 극적인 역전승을 완성했다.
244분에 걸친 혈투의 마지막은 마운드 위 레전드 오승환을 상대로 유강남의 한방이었다.
경기 후 만난 유강남은 "솔직히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정말 오만가지 생각을 다했다. 감독님이 '가자! 해보자!' 믿고 내보내주셨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타격감도 좋았는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다음날부터 또 창원 원정 4연전(더블헤더 포함)인 만큼 마음이 더 급하고 미안했다. 하지만 유강남은 인생만큼이나 알수없는 야구를 믿었다.
"한 이닝 정도는 나 자신을 욕하면서 한숨 쉬고 있었다. 11회초 끝나고 정신을 차렸다. (한)동희 데리고 내려가서 타격 연습을 하고 왔다. 그리고 나한테 다시 찬스가 오더라."
'결자해지'에 성공한 한방은 오승환의 몸쪽 직구였다. 유강남은 "초구 보고 타이밍이 너무 늦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확신하고 휘둘렀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치느니 직구만 노렸다"고 회상했다.
지난 4일 홈런 포함 3타점을 올렸고, 이날 결승타까지 쳤다. 말그대로 '울산 사나이'다. 2018년 울산 올스타전에도 뛰었다.
2사 후 박승욱의 볼넷, 김민석의 안타로 잡은 기회였다.
"'OK, 가자!' 생각했다. 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3루수 옆으로 빠졌다. 하늘이 도왔다. 내 간절함을 알아줬다."
울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