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운명이었다.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답게 LG 트윈스-KT 위즈 1,2위전은 이틀 연속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승부는 두번 다 LG가 1점차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LG 마무리 고우석과 KT 2번 타자 황재균이었다.
5일엔 고우석이 황재균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내 승리를 지켰고, 6일엔 황재균이 3루수 글러브를 살짝 맞고 뒤로 떨어지는 2타점 역전 끝내기 안타를 쳐 극적인 역전극을 만들었다.
직구나 변화구냐의 수싸움이 엄청났다.
5일엔 고우석의 완승. 고우석은 볼카운트 2B2S에서 커브를 던졌다. 제대로 떨어진 커브에 황재균이 방망이를 내려다가 멈췄다. 고우석은 6구째 승부구로 직구를 선택했고, 결과는 헛스윙 삼진.
고우석은 "커브를 승부구로 썼다기 보다는 타자의 반응을 살피고 싶었다"면서 "반응을 하길래 변화구쪽에 타이밍을 맞추고 있다고 생각해 직구를 던졌다"라고 밝혔다.
고우석의 생각이 맞았다. 황재균은 "전력분석에서 변화구가 늘었다고 해서 변화구를 너무 많이 생각하고 있었다. 2B2S에서 커브를 잘 참았는데 그게 머릿속에 너무 많이 남아 있었고, 직구에 늦어 삼진을 당했다"라고 했다.
6일 황재균은 전략을 바꿨다. "어제 못쳐서 너무 치고 싶었다"는 황재균은 "변화구에 삼진을 먹어도 직구를 앞쪽에서 쳐야한다. 직구 하나만 보고 들어갔다"라고 했다. 그런데 고우석은 반대였다. 초구 150㎞의 직구에 황재균이 파울을 치자 이후 변화구로 승부를 바꿨다. 2구 커브 볼에 이어 3구 커브 스트라이크가 들어갔고, 4구째엔 슬라이더가 바깥쪽으로 빠져 2B2S. 변화구 3개를 연속 지켜보기만 했던 황개균은 5구째에도 직구를 기다렸다. 고우석의 선택은 커터였다. 145㎞의 빠른 커터에 황재균이 반응했다. 크게 바운드가 튄 공이 3루수를 향해 갔다.
황재균은 "바운드를 보고 잡힐 거라고 생각하고 1루에서 살아야지 하고 열심히 뛰고 있는데 공이 뒤로 가더라"면서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끝내기 쳐서 너무 기분이 좋다"라며 활짝 웃었다.
5일 KBO리그 역대 18번째로 개인 통산 2000안타를 치며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했던 황재균은 "기록을 달성해도 팀이 연패 중이라 좋아할 수도 없었다"면서 "오늘 연패 끊어서 그게 더 기분이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