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후반기 팀 타율 1위이자 유일한 3할 타율 팀, 삼성 라이온즈의 마지막 퍼즐 오재일까지 살아날 조짐이다.
오재일은 20일 대구 KIA전에 7번 1루수로 선발 출전, 시즌 8호 홈런 포함, 4타수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커리어 통산 201호 홈런.
삼성은 71일 만에 손맛을 본 오재일의 솔로포에 힘입어 KIA를 6대4로 꺾고 시즌 첫 위닝시리즈를 완성했다. 2승8패로 절대 열세였던 'KIA 공포증'을 이번 시리즈를 통해 4승9패로 어느 정도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최채흥의 전역 후 9경기 만의 첫 퀄리티스타트 호투와 구자욱의 생애 첫 그랜드슬램에도 아쉽게 5대6으로 역전패 한 전날 19일에 승리했다면 3연전 스윕도 가능했다.
3회초 88분간의 우천 중단 뒤 재개된 경기.
삼성은 초조했다. 4회 강민호의 솔로포로 1-0 리드를 잡았지만 원태인의 조기강판으로 3회 1사 후부터 일찌감치 불펜 가동을 시작한 터.
KIA는 양현종 대체 선발 2년 차 황동하가 우천중단 이후에도 계속 마운드에 올라 5회까지도 버티고 있었다. 추가점이 절실했다. 오재일이 해결사로 나섰다.
1-0으로 앞선 5회말 선두 타자로 나서자마자 KIA 선발 황동하의 초구 높은 직구(140km)를 거침 없이 당겨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120m 비거리의 장쾌한 홈런포. 6월 10일 대구 롯데전 이후 71일 만에 맛 본 짜릿한 손 맛이었다.
최근 직구에 타이밍이 늦으며 뒤로 가는 파울이 많았던 터. 좋았을 때 해법을 찾은 듯 전성기 오재일 스윙 그대로 가볍게 돌았다.
누구보다 이 홈런을 반긴 선수는 오재일 후임 캡틴 구자욱이었다.
직접 마중나가 진한 포옹으로 홈런을 친 선배를 안아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진심으로 위로했다.
"마음고생하고 있는데 도움이 못 되는 것 같아서 후배로서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지금도 남아서 훈련 엄청 열심히 준비하고 계시는 데 잘 안 풀리는 것 같아서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17일 대구 LG전 수훈선수였던 구자욱이 밝힌 오재일에 대한 마음.
오재일은 최근 불치하문을 실천하고 있다. 절정의 타격감으로 3경기 연속 홈런에 만루홈런까지 친 구자욱과 타격에 대해 자주 소통한다.
현역 시절 최고의 중거리타자였던 '적토마' 이병규 수석코치에게 전수받은 비법으로 승승장구 하는 구자욱. 오재일 선배와도 나눈다.
전날 만루홈런을 친 구자욱에게 오재일이 축하하며 구종을 묻는 장면도 포착됐다. 그만큼 오재일의 부활 의지는 절실했다.
이날 홈런을 친 오재일은 다시 구자욱과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손목을 가법게 쓰면서 팔로우 하는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포착됐다. 리딩히터를 중심으로 팀 전체에 확산되는 긍정적 파급효과다.
구자욱과 타격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눈 오재일은 3-3 동점을 허용한 직후 6회말 무사 1루에 전상현의 142㎞ 직구를 다시 정타로 만들며 우전 안타를 뽑아냈다. 이후 김현준의 적시 3루타 때 홈까지 밟으며 팀의 5득점 째.
가벼운 스윙 속에 타이밍을 서서히 되찾아 가는 모습.
김현준 김성윤 구자욱의 1~3번이 무서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삼성 타선. 오재일이 피렐라와 함께 뒤에서 해결사로 장타를 터뜨리면 엄청난 화력을 자랑할 수 있게 된다. 불펜 약점을 메워줄 수 있는 한방을 갖춘 타자. 오재일이 깨어나고 있다. 그 뒤에 구자욱이, 더 뒤에는 이병규 수석코치가 있다.
오재일은 최근 인터뷰에서 "마음은 힘들었는데 다쳤을 때 쉬면서 마음을 비우면서 초반보다는 많이 괜찮아졌다"며 심리적 압박감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를 전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