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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3분 20초 연설→멘붕→눈물' 안익수 감독 자진사퇴 숨 가빴던 막전 막후, FC서울 변화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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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제가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안익수 FC서울 감독이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마침내 결심한 듯 한 단어, 한 단어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제목은 '사퇴의 변'이었다.

FC서울은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7라운드 홈경기에서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서울은 상대의 자책골, 김신진의 프리킥 득점을 묶어 리드를 잡았다. 하지만 막판 뒷심에서 무너졌다. 후반 36분 대구 에드가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경기는 2대2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서울(10승9무8패)은 5경기 연속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서울 관중석에 커다란 걸개가 걸렸다. 'NO WIN, NO VALUE'. 동시에 '안익수 나가!' 사퇴 콜이 울려 퍼졌다. 그라운드에 서 있던 안 감독은 감정이 격해진 모습이었다. 옆에 있던 코칭스태프가 안 감독을 막아 세웠다. 그게 오후 9시30여분의 일이었다. 안 감독은 그로부터 15분여 뒤 공식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와 다름 없이 덤덤한 모습이었다. 그는 경기 총평부터 앞으로의 계획까지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바로 그 순간, 안 감독이 "제가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라며 기자회견을 이어나갔다. 그는 늘 가지고 다니던 태블릿 PC를 켜더니 "제가 준비한 부분을 좀 읽겠습니다. 제목은 그냥 사퇴의 변으로 말씀 드리겠습니다"라며 말을 이었다. 현장에 있던 구단 관계자들은 크게 당황한 듯했다. 기자회견을 진행하던 관계자는 다급히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회견장 뒤에서 기록지를 준비하던 또 다른 관계자는 순간 얼어붙은 모습이었다.

안 감독은 "2년 전 부임 당시 FC서울 감독 제안을 받고 수락한 이유에 대해 '평소 FC서울이라는 구단은 한국 축구의 분명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팀이라고 생각했다. 해결점을 내려야 하는 시기였다. 당시 팀 순위가 11위였다. 강등의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있었지만, 제 명예는 뒤로하고 FC서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하겠다는 마음을 가졌었다'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내 마음도 변함이 없다. FC서울이 더 발전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분과의 약속이자 내 마음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 부임 후 최선을 다했다. 추구한 바를 이루지 못하고 중도하차한다. 내 능력이 부족해 내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한다. 추구했던 바를 이루지 못하고 중도하차하게 돼 그동안 성원해주신 모든 분께 죄송하다. 다만, FC서울이라는 팀은 앞으로도 계속 한국 축구를 선도하고, 우리 사회에 건강한 메시지를 전파하는 책임을 가져야 하는 팀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멀리서 마음으로 수호신이 돼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중간중간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말을 끊었다 이어나가길 반복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부족한 나를 믿고 맡겨주신 구단주님, 선수단 지원하느라 수고한 구단 프론트, 지원 스태프, 비바람과 폭염 등을 가리지 않고 전국방방곡곡 선수단과 함께 해준 FC서울 서포터즈 여러분, 그리고 구리 훈련장 잔디 관리하시는 분 등 보이지 않는 모든 곳에서 수고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마지막으로 FC서울의 발전과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우리 선수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FC서울 많이 사랑해주세요. 항상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 FC서울이 지금보다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마음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라며 말을 마쳤다. 3분 20초 간 이어진 사퇴 발표였다. 모든 말을 마친 안 감독은 고개를 숙인 채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10초 간 정적이 흘렀다. 서울 관계자는 침묵을 깨고 "확인 절차를 거쳐 말씀 드려야할 것 같다. 지금 당장 말씀 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대표, 단장 모두가 기사를 통해 안 감독의 사퇴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동취재구역인 믹스트존도 다급했다. 이동을 위해 움직이던 대구 선수들도 뒤늦게 관련 소식을 듣고 당혹감을 표시했다. 에드가는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서울은 이례적으로 믹스트존 폐지를 요청했다. 선수들의 충격을 감안해 인터뷰를 제외해 달라는 것이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 안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취재진과 일일이 악수했다. 추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동안 감사했다. 앞으로도 FC서울 기사 잘 부탁한다"며 마지막 인사 뒤 떠났다. 서울 선수들은 그 뒤로도 한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확히 10시40분 선수들이 버스 탑승을 위해 이동했다. 비욘존슨과 오스마르 등 외국인 선수 일부만이 가족과 가볍게 인사했다. 지동원 나상호 등 국내 선수들은 입을 꾹 다문 채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김주성은 고개를 푹 숙인채 훌쩍이며 떠났다. 믹스트존에는 김주성의 울음소리만 울렸다. 라커룸에서 마지막으로 나선 이태석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코칭스태프에 안겨 눈물을 닦아냈다. 오후 10시43분. 서울월드컵경기장 믹스트존의 문이 완전히 닫쳤다.

서울은 27일 '1강' 울산 현대와 격돌한다. 현 상황에서 대안은 없다. 김진규 코치의 대행 체제 가능성이 높다. 최근 5경기 '부진의 늪' 속 서울의 변화는 불가피하게 됐다.

상암=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