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김두현 감독대행(41)은 전북 현대의 '소방관'이자 '경찰관'이다. 전북을 둘러싼 위기를 빠르게 진화했고, 어수선한 선수들의 포지션을 적절하게 교통정리했다. 그랬더니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최근 4경기 무패를 이끈 김두현 대행은 "전북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지난 4일 김상식 전 감독이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한 뒤 지휘봉을 넘겨받은 그는 선수 시절과 코치 시절에 적립한 전술적인 아이디어를 전북에 주입했다. 윙어 이동준은 "김두현 대행 체제에선 전술적인 훈련을 더 많이 한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김 대행은 각 개인의 장점을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했다. 미드필더 백승호는 "김 대행이 선수들에게 역할을 하나씩 줬다. 잘하는 걸 물어보면서 장점을 살려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수원FC전에서 송민규에게 하프스페이스(측면과 중앙 사이의 공간) 공략을 주문하는 식이다. 송민규는 후반 교체투입해 결승골을 쐈다.
현역시절 '천재 미드필더' '꾀돌이'로 명성을 떨친 김 대행은 미드필드진 구성에 특히 많은 공을 들였다. 주로 '딥라잉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하던 백승호에게 '공격형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맡긴 게 핵심이다. 활동량이 뛰어난 이수빈, 센터백으로 나설 정도로 수비력을 장착한 박진섭과 스리 미들을 형성해 백승호의 수비 부담을 줄여줬다. 백승호는 수원전 2골, 수원FC전 1골, 최근 3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해결사가 됐다.
김 대행은 미드필더 맹성웅을 레프트백으로 기용하는 파격을 선보이는가 하면, 중용받지 못하던 센터백 구자룡, 윙어 문선민, 풀백 최철순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조규성 송민규 김진수 김문환 등 부상자들이 속속 돌아오면서 스쿼드가 점점 건강해졌다.
소위 '감독교체 효과'는 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김 대행이 작정하고 수비 전략을 펼친 서울전을 제외한 최근 3경기에선 경기력이 확 달라졌다. 초반 10경기에서 평균 1골에 그친 득점력은 최근 3경기에서 평균 2골로 늘었다. 점유율이 평균 52%에서 63.3%, 슈팅수가 10.8개에서 12.3개, 패스성공률이 82.8%에서 89.9%, 키패스가 6.1개에서 8개, 공격지역 전진패스 성공률이 66.5%에서 75.1%, 크로스 성공률이 20.3%에서 31%, 중앙지역 그라운드 경합 성공률이 56.3%에서 67%로 증가했다. 심지어 골키퍼의 장거리 골킥 성공률도 13%에서 67%로 점프했다.
중요한 건 선수들이 느끼는 '전북다운 주도하는 축구'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는데 있다. 김 대행은 "선수들이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팀 분위기가 살아나고 경기력이 좋아지면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법이다. 초반 10경기에서 승점 10점(3승1무6패)에 그친 전북은 최근 4경기에서 승점 8점(2승2무)을 땄다. 10위에 처졌던 팀 순위는 현재 7위(승점 18점)다. 선두 울산(37점)과의 차이는 아직 멀지만, 2위권(24점)과의 승점차는 6점으로 좁혀졌다.
달라진 전북을 지켜본 일부 팬들 사이에서 '김 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앉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 대행은 "빨리 새로운 사령탑이 와야 한다"며 팀을 안정화한 뒤 정식 감독에게 자리를 내주겠다고 했다. 일단은 눈앞으로 다가온 내달 3일 울산과의 시즌 두 번째 현대가더비에서 성과를 내는 데 총력을 다한다는 각오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