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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잃고 외양간 고쳐봐야…징계가 능사 아니다, 오심 퍼레이드 끊을 근본책이 필요하다[SC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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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오심 논란, 그런데 올해는 심상치 않다.

중반에 접어드는 KBO리그가 또 오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찰나의 순간을 놓쳐 비디오판독이 필요한 상황은 그렇다 쳐도, 룰 적용을 제대로 못하는 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한 주에만 논란의 장면이 꼬리를 물었다. 20일 잠실 한화-LG전에선 양팀이 9회말 1-1로 맞선 1사 1루에서 오심이 나왔다. LG 정주현이 놓친 배트가 피치 아웃 상황에서 한화 포수 최재훈을 때렸으나, 4심 합의 판정 끝에 타격 방해로 판정됐다. 한화 벤치의 거센 항의에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으나, 곧 KBO가 정정 자료를 내고 해당 심판진 징계를 예고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하루 뒤에도 아쉬운 장면이 이어졌다. 21일 부산 SSG-롯데전에선 1회초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SSG 최 정이 친 타구가 왼쪽 폴대 안쪽으로 들어갔음에도 파울로 판정됐다. 비디오판독을 거쳐 홈런으로 정정되면서 더 이상의 논란은 불거지지 않았다. 하지만 가뜩이나 오심 문제로 예민한 상황이기에 마냥 '해프닝'으로만 치부할 수도 없는 장면이었다.

심판 판정 문제는 매년 시즌 초반마다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최근 수 년간 대부분의 논란은 스트라이크존에 쏠렸다. 심판 성향에 따라 제각각으로 적용되는 스트라이크존 문제에 투-타 가릴 것 없이 신경전이 이어져 왔다.

그런데 올해는 이런 스트라이크존 문제보다 룰 적용 미스가 좀 더 부각되고 있다. 시즌 개막 1주일 만인 지난달 8일 부산 KT-롯데전에서 타구가 심판원의 몸을 맞고 굴절된 상황에서 야구 규칙을 잘못 적용해 득점을 인정하는 오심이 발생했다. 한 달이 지난 뒤 또 룰 적용 미스 오심이 나왔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발전해온 현대 야구 규칙은 방대하고 복잡하다. 선수, 지도자 뿐만 아니라 심판 조차 룰을 헷갈려 하는 경우가 더러 있고, 때문에 합의 판정이 존재한다. 앞선 두 차례 룰 적용 미스 오심 당시 심판진은 합의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오심을 피하지 못했다.

오심 이후 KBO의 대처는 징계였다. 4월 오심 사건 당시엔 해당 심판을 무기한 퓨처스(2군) 강등 조치한 바 있다. 한화-LG전 오심 심판진에도 징계를 예고했다. 이전 오심 논란에도 대부분의 심판이 경고-벌금 내지 퓨처스 강등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희미해지면 복귀가 이뤄지는 식이었다. 일각에선 실수→징계로 이어지는 이런 처분이 심판의 사기 저하를 야기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경기장 안에는 4심 외에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대기심이 존재한다. 룰 적용처럼 현장에서 즉각 판단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대기심이 규정집을 참고해 조언을 하거나 수신호를 보내는 등 판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볼 만하다. 심판 재량 비디오판독권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 상황을 KBO 심판위원회 차원에서 보조하기 위한 장치 마련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심판도 사람이니 실수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실수가 반복된다면 의구심은 커지고 결국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오심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