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초반에 제구가 잡히지 않았는데, 유강남 덕분에 잘 넘겼다. 내 느낌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서 기쁘다."
인터뷰에 임하는 스트레일리의 표정은 밝았다.
스트레일리는 14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 6⅓이닝 무실점으로 호투, 팀의 8대3 승리를 이끌었다.
부산의 '털보에이스'답지 않게 시즌 첫승이다. 그답지 않은 슬럼프가 길었다. 4월 5경기에서 21⅔이닝 투구에 그쳤다. 평균자책점도 5.82에 달했다.
이번주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터닝포인트를 마련했다. 4안타 3볼넷을 내줬지만 고비마다 삼진(6개)을 잡아내며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경기 후 만난 스트레일리는 "전보다 스트라이크를 더 많이 던짐으로써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구속도 최고 147㎞까지 올라왔고, 전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하지만 우천취소로 인한 휴식기간에 특별히 다른 훈련을 하거나 휴식을 취한 건 아니라고.
"내가 원하는 완벽한 위치에 공을 던지는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시즌초에는 타깃에 약간 미스가 났다. 그럴때 미국식 표현으로는 '실을 놓는다'고 표현하는데… 그렇게(감각을 가다듬고) 해서 지금은 원하는 위치에 딱 제구를 할 수 있게 됐다."
경기 도중 스트레일리가 유강남의 사인을 수차례 거부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유를 물으니 스트레일리는 파안대소했다.
"나는 커터를 던지려고 하는데, 내가 자주 던지는 구종이 아니다. 그러니까 유강남 생각에는 맨 뒤에 있는 옵션이었던 거다. 내가 던지는 구종들을 하나하나 접다보니까 아마 카메라에 그렇게 보인 것 같다. 유강남과는 정말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
수원 원정경기였지만, 원정응원석 3층까지 꽉 채울 만큼 많은 롯데팬이 현장을 찾았다. 마운드를 내려오는 스트레일리를 향해 폭발적인 환호와 함성, 연호가 쏟아졌다. 한국 생활 첫 2년을 '무관중' 시대로 보냈던 스트레일리에겐 정말 특별한 순간이다.
스트레일리는 "팬들의 연호는 정말 듣기좋다. 오늘 정말 기뻤다"면서 "그런 경험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나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굉장히 높은 기대치를 충족시켜야한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3년간 스트레일리는 자신의 역할을 했지만, 팀은 매번 가을야구에 실패했다. 올해는 다를까.
"젊은 선수들도, FA로 영입한 선수들도, 기존 선수들도 잘해주고 있다. 요즘은 정말 우리 팀에 '프로세스'가 진행된다는 걸 느낀다. 몇년간 해왔던 노력들이 결과로 나오고 있고, 그 일원이라는 게 기쁘다. 개인적인 성공은 의미가 없다. 올해 정말 우리 팀이 어떤 결과를 낼지, 나도 기대된다."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