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봄배구에서 멀어진지 어느덧 5년. '명가'라는 이름이 무색해질 지경이다. 김상우 감독의 '애제자' 에디(24)가 반전의 첫 걸음이 될 수 있을까.
챔피언결정전 우승만 무려 8회. 하지만 마지막 우승이 벌써 8년전이다. 함께 V-클래식 매치를 치르는 현대캐피탈은 최태웅 감독의 지휘아래 여전히 명문팀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반면 삼성화재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챔프전이 기본'이던 팀이 봄배구를 남의 잔치로 여기는 신세다.
김상우 감독 부임 첫해였던 지난 시즌에도 V리그 출범 이래 2번째 최하위인데다, 홈관중 평균 1033명으로 남녀 통틀어 꼴찌에 그치는 굴욕도 겪었다.
지난주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쿼터 트라이아웃에 참여한 김상우 감독의 심정도 절박했다. 그는 "생각보다 괜찮은 선수들이 있다. 구슬 순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느 포지션이든 뽑고 싶다"는 속내를 표했다.
마음에 둔 1순위는 있었다. 청운의 꿈을 안고 한국 배구에 도전한 에디(24)다.
에디는 성균관대학교 사령탑 시절 김 감독의 애제자였다. 에디의 한국 정착과 대학배구 적응을 처음부터 함께한 이가 바로 김 감독이다. 누구보다도 그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잘 알고 있다. 그를 노리는 팀이 많다는 게 문제였다.
삼성화재에게 1순위 구슬이 나왔다. 현장에서 만난 배구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모두가 바란 결과"라며 삼성화재를 축하하는 분위기였다. 김 감독도 모처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에디의 포지션은 아포짓과 아웃사이드히터다. 에디는 트라이아웃 직전 포지션을 미들블로커로 등록했다. 보다 다양한 포지션을 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지만, 중앙보다는 양쪽 날개가 자기 자리라는게 사령탑들의 공통된 평가다.
1m98의 큰 키에 좋은 탄력과 파워까지 지녔다. 공격력에 목말랐던 삼성화재에겐 딱 맞는 핏이었다. 한국에서 6년을 지내는 동안 통역 없이 자유롭게 인터뷰를 할 수 있고, 감독의 지시로 곧바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능숙한 한국어 실력을 지녔다. 향후 외국인 선수 포지션에 따라 에디의 역할이 주어질 전망.
김 감독은 "처음 입학시킬 때만 해도 체중이 80㎏ 남짓이었다. 정말 왜소했다. 기본기도 좋지 못했다. 공격만 좋아하는 선수였다"면서도 "한국에서 배구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정말 애착이 가는 선수다. 잘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강조했다. "아직 웨이트가 부족하다"며 강도높은 훈련도 예고했다.
삼성화재의 최근 3시즌 성적은 7-6-7위다. 수차례 트레이드를 통해 돌파구를 꿈꿨지만 여의치 않았다. "이제 더이상 바꿔볼 선수가 없다" "모든 포지션에 보강이 필요하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리시브부터 공격, 블로킹, 디그까지 '총체적 난국'이란 비판에 시달렸다.
일단 2023~2024시즌의 출발은 순조롭다. 오는 6~8일 열리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도 35%로 가장 높은 1순위 확률을 지니고 있다. 지난해 신인상에 빛나는 김준우를 발굴했고, 김정호-에디의 탄탄한 날개를 구축했다.
지난해 새로운 시즌에는 달라진 삼성화재의 명예회복을 볼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