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KIA 타이거즈 이의리(21)의 2023시즌 초반. 불운의 연속이었다.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출전 여파를 딛고 맞이한 정규시즌 3차례 등판. 개막 시리즈였던 지난 2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5이닝 3실점(1자책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던 이의리는 8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서 3이닝 투구에 그쳤으나 실점은 2점에 그쳤다. 첫 패전을 안은 13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도 5이닝 1실점이었다. 하지만 개막 시리즈 이후 KIA 타선은 극심한 침체에 빠지면서 이의리의 호투도 빛이 바랬다.
팀 득점권 타율 2할4리에서 맞이한 19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 하루 전 숀 앤더슨을 5회 만에 조기 교체하며 불펜 승부수를 띄웠으나 패한 KIA에겐 이의리의 안정적인 투구가 절실한 날이었다.
제구 난조가 또 발목을 잡는 듯 했다. 2회말 2사 1, 2루 위기를 수비 도움으로 넘긴 이의리는 3회말 김민석에 좌전 안타를 내준데 이어, 안권수의 절묘한 푸쉬 번트가 내야 안타로 연결되면서 흔들렸다. 이어진 타석에서 고승민이 번트 자세를 취했으나, 이의리는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최대 위기의 순간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잭 렉스를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운 이의리는 이어진 전준우와의 승부에서 1B2S에서 151㎞ 직구를 뿌려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안치홍과의 승부에서도 1B2S에서 직구를 택해 방망이를 이끌어내 KKK로 위기를 지웠다. 이닝을 마친 뒤 이의리는 기쁨과 아쉬움이 뒤섞인 함성 속에 벤치로 향했다.
KIA 타선은 4회초 롯데 한현희를 상대로 황대인의 중전 안타와 최형우 김선빈의 연속 볼넷으로 만들어진 무사 만루에서 고종욱의 빗맞은 안타로 선취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류지혁의 내야 안타로 1점을 더 추가한 데 이어, 이창진이 좌중간으로 날린 타구가 좌익수가 내민 글러브 뒤로 빠지는 싹쓸이 3루타가 되면서 일거에 5득점을 만들었다. 스스로 자초한 위기를 지운 결실은 달콤했다.
이의리는 팀이 5-0으로 앞선 6회말 2사 1루에서 임기영에 마운드를 넘겼다. 임기영이 한동희에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채우면서 이의리는 실점 없이 이날 경기를 마쳤다. 5⅔이닝 3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 스스로 위기를 지운 결실은 달콤했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