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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준의 발롱도르]김민재는 어떻게 세리에A에서도 '괴물'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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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괴물'이 이탈리아 무대마저 집어삼키고 있다. 김민재(26·나폴리)의 초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올 여름 튀르키예 페네르바체를 떠나 이탈리아 세리에A 나폴리 유니폼을 입은 김민재는 적응기도 없이 놀라운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개막전부터 선발 출전한 김민재는 나폴리가 치른 리그 5경기를 모두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김민재의 활약은 축구 통계사이트가 입증하고 있다. 김민재는 축구 통계 전문사이트 '풋몹' 선정 세리에A 평균 평점 1위에 올라 있다. 7.96점으로 2위 테운 쿠프마이너스(7.90)에 앞서 있다. 또 다른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김민재를 8월 세리에A 베스트11로, 5대 리그 최고의 센터백으로 선정했다.

레전드들의 칭찬 릴레이도 이어지고 있다. 발롱도르를 수상하기도 한 파비오 칸나바로는 "나폴리 수비수 중에는 김민재가 최고다. 내가 감독이라면 그를 내 팀에 영입할 것이다. 그는 육체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모두 강하며,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AC밀란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알렉산드로 코스타쿠르타는 "김민재는 수비 뿐만 아니라 상대진영을 위협할 능력도 있다"고 평가했다.

페네르바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까다롭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무대, 그것도 수비수로 초반부터 이 정도 임팩트를 보일 것이라 예상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김민재는 5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면서, 경기당 1.6회의 인터셉트, 1.8회의 태클, 4.2회의 클리어링을 기록 중이다. 공중 경합은 경기당 4회(성공률 87%), 그라운드 경합은 2.2회(55%)를 성공시켰다. 공격 기록은 더욱 대단하다. 벌써 2골을 기록 중이며, 경기당 평균 92.4회의 터치, 0.6개의 키패스, 70.6개의 패스(89%)를 기록 중이다. 경기당 드리블도 0.2회나 된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모든 기록이 센터백 두자리 중 생소한 왼쪽에서의 활약이라는 점이다. 또 아직 리그와 팀 전술에 대한 적응이라는 걸 감안해야 한다. 오른발잡이인 김민재는 그간 오른쪽 센터백으로 주로 활약했다. 대표팀에서도 왼쪽은 김영권(울산 현대), 오른쪽은 김민재의 몫이었다. 이 위치가 중요한 것이 시야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오른발잡이는 오른쪽을 볼을 잡아두고 플레이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왼쪽에 뒀을 시 플레이 시야가 확 달라지게 된다. 물론 종종 왼쪽에서 뛰기도 하고, 페네르바체 시절 스리백의 왼쪽에서 뛰기도 했지만, 이탈리아 무대는 수준 자체가 다르다. 여기에 리그와 팀 전술에 100% 녹아들지도 못했다. 이적 협상으로 팀 합류가 늦어진데다, 이탈리아 리그 경기도 이제 겨우 5경기를 치렀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만의 플레이를, 그것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김민재의 장점은 이탈리아에서도 유감없이 통하고 있다. '만근추'라 불리는 과감한 몸싸움은 이탈리아의 피지컬 괴물들에게도 통하고 있고, 특유의 빠른 스피드는 이미 세리에A 정상급 공격수들을 잡아먹고 있다. 지난 라치오전에서는 '득점왕' 치로 임모빌레와 빅클럽의 러브콜을 한몸에 받는 세리에A 최고의 미드필더 밀린코비치-사비치를 완전히 지웠다. 주목할 것은 높이다. 김민재(키 1m90)는 좋은 신체조건을 갖고 있지만, 높이 보다는 발 쪽에 더 강점이 있는 선수였다. 그런데 이탈리아 입성 후 달라졌다. 지난해 페네르바체에서 경기당 공중 경합 성공이 1.7회, 성공률은 62%에 불과했지만, 나폴리에서는 이 수치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코스타쿠르타도 "김민재는 아주 높이 뛸 수 있는 다리를 가졌다. 느린 화면을 보면 점프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완전체 수비수가 되며, 세리에A에서도 통하는 모습이다. 물론 해결할 숙제도 있다. 오른쪽에서 뛸 때보다 과감함이 떨어지는 모습이기는 하다. 김민재는 기본적으로 모험적인 패스와 돌파를 즐기는 선수인데, 아직 이 모습이 잘 나오지 않고 있다. 여기에 보다 완벽한 호흡을 보이기 위해서는 언어 적응이 필요하고, 세밀한 이탈리아식 축구에도 더 녹아 들어야 한다. 그래도 김민재 특유의 친화력으로 갭을 줄이고 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김민재는 입단식에서 강남 스타일을 불렀을 때, 여러분들은 그가 얼마나 재미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나는 훈련 다음날 그가 이탈리아어로 '가, 멈춰, 뛰어, 가, 멈춰, 뛰어'라고 혼잣말을 했던 것을 기억한다. 그는 몇 번이고 그것을 기억하기 위해서 그랬다"라며 그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사실 김민재는 나폴리 입성 후 첼시로 떠난 '레전드' 칼리두 쿨리발리를 대체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이 부담감이 오히려 동기부여로 작용했다. 김민재 측 관계자에 따르면 "몸 뿐만 아니라 멘탈적으로 아주 준비를 잘했다. 본인 스스로 쿨리발리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부담감을 긍정적인 부분으로 승화시켰다.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는 목표 하에 언론 접촉도 최대한 피하고, 오로지 회복, 훈련, 경기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괴물'의 베스트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래서 더 기대되는 김민재의 행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