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타율, 홈런, 타점, 안타, OPS(출루율+장타율) 팀내 1위. 은퇴를 앞둔 선수의 존재감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40)의 '라스트 댄스'가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빛을 더하고 있다.
이대호는 올해 타율 3할3푼3리(411타수 137안타) 14홈런 66타점 OPS 0.860을 기록중이다. 여전히 한동희와 더불어 팀내 최고 타자다.
특히 타고난 유연함이 돋보이는 타율과 최다안타는 리그 타이틀을 노려볼만 하다. 타율은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3할4푼4리)에 이어 전체 2위, 최다안타는 피렐라(143개) 이정후(139개)에 이어 최지훈(SSG 랜더스)와 함께 공동 3위다. 전성기를 질주중인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나 나성범(KIA 타이거즈)에도 장타율을 제외한 클래식 스탯은 오히려 앞서는 부분이 많다.
시즌 막판으로 접어들수록 더욱 스스로를 불사르고 있다. 롯데는 후반기초 7연패의 부진을 딛고 최근 10경기에서 7승3패를 기록하며 반등했다. 이 기간 동안 이대호는 타율 4할7푼4리 1홈런 11타점 OPS 1.117의 맹타를 몰아쳤다. 이대호가 사니까 롯데도 살아난 셈이다.
하지만 이대호의 눈은 다가오는 숫자만을 응시하고 있다. 그는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이제 야구선수로 뛰는 시간이 몇 경기 남지 않았다"며 '남은 경기수'를 언급한다. 은퇴 의사를 번복할 뜻이 전혀 없음을 새삼 강조하는 것.
KBO리그에서 17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명실상부 롯데 역사상 최고의 선수다. 앞서 최동원과 염종석을 비롯해 윤학길 주형광 박정태 등 롯데에 영광을 안긴 레전드들이 있지만, 이대호처럼 오랫동안 꾸준하게 리그 톱클래스의 기량을 뽐내며 팀에 공헌한 선수는 없다.
하지만 데뷔 이후 아직 한국시리즈 무대를 한번도 밟지 못했다. 이대호가 '가장 재미있게 야구한 때'로 꼽은 제리 로이스터 감독 재임기에는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 그쳤고, 양승호 감독이 이끈 2011년이 이대호 평생 유일하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해다. 이대호가 한국시리즈에 앞서 항상 "먼저 플레이오프에 오르겠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롯데가 34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5위 KIA와의 차이는 5경기. 롯데만 잘한다고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는 아니다. 가을야구 마지노선에 버티고 있는 KIA, 그리고 함께 달리는 NC 다이노스-두산 베어스의 부진을 기대해야하는 입장이다.
강민호의 공백도 여전히 절실히 느끼는 롯데가 이대호의 존재감을 지우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올해가 정말 간절한 이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