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10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DB-수원 KT전은 '두 얼굴의 매치'였다.
4연승에 선두 추격을 노리는 KT, 3연패에 6위 자리가 위태로운 DB. 상황만 놓고 보면 KT가 두려울 게 없어보였다.
하지만 KT에는 '아킬레스건'이 있었다. 시즌 맞대결 1승4패, 유독 DB만 만나면 약해졌다. KT는 파죽의 연승 분위기에도 맞대결 열세를 경계했고, DB는 KT전 '4승1패'의 자신감보다 현재의 위기를 더 걱정했다. 그래서일까. 두 팀 감독은 경기 전 '임전무퇴'에 방점을 뒀다.
이상범 DB 감독은 "코로나19 집단 감염 후유증이 크다. 선수들의 체력, 컨디션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다"면서 "벼랑 끝에 섰다. 마땅히 처방책이 없는 상황이라 선수들에게 투지로 버텨보자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물러설 데가 없다"는 말을 연신 내뱉는 등 '결사항전'의 비장함을 내비쳤다.
서동철 KT 감독은 "6라운드 마지막 대결인데 또 패하고 갈 수는 없다. 이전 DB전 뭐가 잘못됐는지 선수들과 면밀히 짚어봤다"면서 "얻은 결론은 기본에 충실이다. 기선제압을 통해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며 '복수혈전'을 다짐했다. 신인 빅맨 하윤기가 베테랑 빅맨 김종규와의 리바운드 싸움에서 절대 밀리지 않겠다고 단단히 마음먹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결국 '결사항전'이 '복수혈전'을 이겼다. DB는 이날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6라운드 KT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대결에서 75대71로 신승했다.
힘겹게 3연패에서 탈출한 DB는 5위 고양 오리온과 2게임 차 6위를 지켰고, 올시즌 KT전 5승1패의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1쿼터부터 KT의 의도는 빗나갔다. 리바운드 경쟁에서 18-9, 기본에 충실했지만 필드슛 성공률은 13%에 불과했다. KT 못지 않게 DB도 골밑 높이가 좋은 팀인데 페인트존 공략에 집중한 게 먹혀들지 않았다. KT의 슈팅 난조에는 이 감독이 강조했던 투지도 큰 몫을 했다. DB 선수들은 악착같이 수비에 가담하며 KT를 괴롭혔다. 1쿼터 7-14, 기선제압 실패는 3쿼터 50-55까지 이어졌다. KT가 역전에 성공한다 싶으면 DB가 다시 투혼을 앞세워 다시 달아나기 일쑤였다.
4쿼터에는 동생 허 훈 앞에서 형님 허 웅의 해결사 본능이 빛났다. 경기종료 8분여 전, 허 훈의 3점포에 곧바로 외곽슛으로 응수한 허 웅은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과 도우미 역할을 충실히 하며 간발의 승리를 지켜냈다. 특히 허 웅은 73-71이던 종료 3초 전, 허 훈의 파울을 유도한 뒤 자유투 2개로 마무리했다. 원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