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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그립지 않게" 낙동강 더비 승리의 주역. 33세 '롯데 이모'의 마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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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상동에 있다보면 집밥이 그립지 않다. 특히 군대 있을 때 상동 밥이 참 먹고 싶었다."

'낙동강 더비'에서 승리를 거둔 상동 밥에 대한 롯데 자이언츠 선수의 평이다. 이대호(40)부터 신인 진승현(19)까지, 새롭게 합류한 외인 피터스(27)도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과연 얼마나 맛있는 걸까.

롯데 스프링캠프는 김해 상동 2군연습장에서 열리고 있다. 1,2군이 한 장소에 몰렸다. 육성, 군보류까지 합치면 선수만 91명에 달한다.

여기에 성민규 단장을 비롯한 주요 프런트와 코치진, 관계자까지 합치면 평소보다 2배 이상의 인원이 함께 하고 있다. 덕분에 상동 식당을 책임지는 우미연 영양사(33)는 인생에서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와중에 TV 출연까지 했다. 이행철 조리장-백승협 조리사와 함께 JTBC '외나무식탁'에 출연, 구단의 이름을 건 NC 다이노스 조리팀과 승부를 펼쳤다.

지난해 롯데와 NC의 승패는 7승2무7패로 호각. 우 영양사는 요리 과정에도 직접 참여했다. 위기도 있었지만 결과는 승리. 롯데 관계자는 "재미있는 기획이었고, 좋은 기회였다. 평소 상동밥을 자주 먹어본 입장에서 질 거란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웃었다.

상동 급식은 찬이 10가지에 달한다. 또 2군의 경우 기숙사에 머무는 선수들이 있어 삼시세끼에 야간 간식까지 챙겨야한다. 아침은 100명, 1군 선수들의 점심시간에는 80명분 요리를 준비한다. 1,2군 식사가 릴레이하듯 이어지다보니 준비할 시간도 짧다.

"주방이 워낙 바쁘다보니 저도 디저트나 김밥 같은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을 돕는다. 어느덧 요리 실력도 늘었다. 상대가 NC인 만큼 지고 싶지 않았다. 한달 정도 다양한 메뉴나 레시피를 시험하면서 준비했다. 스튜디오 녹화는 4시간, 인터뷰와 대기시간까지 합쳐서 12시간 정도 녹화한 것 같다. 보는 건 재미있지만 출연자는 정말 힘들더라. 조리시간은 30분 주어졌는데, 평소 해온게 있어 오히려 시간이 남았다."

어린 시절부터 사직구장에 놀러다니던 부산 출신 모태롯데팬이자 9년차 영양사다. 2019년 8월 상동에 발령받은 뒤로 허재혁 스포츠사이언스 팀장과 머리를 맞대고 메뉴를 일신했다. 당시엔 타 사 소속이었지만, 이후 급식사가 롯데푸드로 바뀐 뒤에도 상동에 남았다.

롯데 2군 식단은 우 영양사의 SNS에 매일 업데이트된다. 롯데 오기 전부터 메뉴 기록용으로 쓰던 계정인데, 어느덧 롯데팬들의 응원을 받는 무대가 됐다. 마라 우삼겹 두부면 볶음, 견과류 또띠아 호떡 등 방송에서 선보인 요리는 평소 선수들이 좋아하던 메뉴다.

영양사의 최대 고민은 예산에 맞춰 몸에 좋은 식단을 구성해도 선수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 그러다보면 누구나 좋아할만한 자극적인 음식이 섞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 영양사는 튀김류와 쌀밥을 빼고, 밀가루면 대신 두부면을 사용하는 등 건강한 식단을 추구한다. 그는 "좋은 식재료로 맛있고 익숙한 음식을 만드는 게 목표다. 선수들이 좋아해서 다행이다. 실장님이 워낙 요리를 잘하시는 덕분"이라며 "다른팀 영양사들과도 교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때론 선수들을 위한 특별 이벤트도 있다. '오징어게임' 코스프레를 선보이는가 하면, 시즌을 시작할 때나 팀에 좋은 일이 있을 때는 선물도 준비한다.

"선수들이 밥먹는 시간만큼은 즐겁게 웃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식당 밖은 전쟁터니까. 맛있게 먹고, 올해 우리팀이 좋은 성적 냈으면 좋겠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