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과 도전을 담은 '엘리트 스키'와 즐거움을 품은 '생활체육 스키'로 대한민국 국민의 건강한 삶에 기여합니다."
대한스키협회가 공식 홈페이지에 내세운 '스포츠 상생'의 모토다. 지난 22일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에서 개최된 '청소년스포츠한마당' 스노보드 대회는 이 상생의 모토가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청소년스포츠한마당(이하 청스한)'은 학생선수와 일반학생이 '원팀'으로 함께 출전해, 우정과 추억을 쌓는 대회. 대한체육회는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동계종목 '청스한'을 첫 시도했다. 올해 처음으로 스노보드, 바이애슬론, 아이스하키 등 총 7개 종목이 참여하게 됐다. 첫 '청스한' 스노보드 대회, 강원 지역 청소년 국가대표, 꿈나무 대표 등 학생선수들과 전국 각지 초중고 동호인 보더들이 깜짝 '원팀'으로 뭉쳤다. U-12(10팀), U-15(5팀), U-18(2팀)으로 나뉜, 학생선수 21명, 동호인 보더 36명 등 총 57명의 아이들이 메가그린 슬로프에 차례로 올랐다. 종목은 '배추보이' 이상호가 4년 전 평창올림픽 첫 은메달 기적을 썼던 평행대회전. 레드코스, 블루코스 깃발 사이 칼바람을 쌩쌩 가르며 꿈나무 보더들이 씽씽 내려왔다.
▶'초보 보더' '국대 보더' 함께 씽씽… 행복한 슬로프
대회는 학생선수 1~2명, 일반학생 2~3명으로 팀을 구성, 25개의 기문이 설치된 550m 슬로프를 주파한 평균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단체전' 방식으로 진행됐다. 스노보드 입문 레벨부터 선수급 실력을 자랑하는 특급 보더까지 동호인들의 실력은 그야말로 천차만별. '왕초보' 보더들은 스키협회 소속 '1타 강사'의 전문적인 지도를 받으며 게이트를 통과했다. '초딩보더'들이 깃대 앞에서 넘어졌다 오뚝이처럼 일어날 때마다 갤러리들의 탄식과 갈채가 엇갈렸다. '여자 초등' 보더들과 한팀을 이룬 '중학생 선수 오빠' 팀 '스노우윙스'는 여동생들을 보필하느라 분주했다.
평창올림픽을 보며 태극마크를 꿈꿨던 강원도 아이들도 어느새 '선수'로 성장해 '청스한'에 나섰다. 이상호의 은메달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청소년대표' 윤창하(17·봉평고1)는 "4강도, 결승 진출도 정말 기적같았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같은 대표 출신 정은채(18·봉평고2), '고3 동호인' 안의성군(19·대구 계성고) 등과 한팀이 돼 출전한 대회, 윤창하는 "늘 선수끼리 경쟁하며 타다 동호인 친구들과 즐기며 타니 색다르고 재미있다. 친구들이 더 잘 타게 도와주고 싶다"며 웃었다. 전문적으로 보드를 배운지 사흘째라는 '열정보더' 안의성군은 "국가대표를 꿈꾸는 선수들과 함께 타니 배울 점이 정말 많았다. 업다운 스킬, 게이트 통과 꿀팁을 알려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MZ세대 답게 청소년 대표들과 곧바로 '인스타 맞팔'에 들어갔다. 안군은 선수들을 향해 "대한민국 스노보드가 얼마나 뛰어난지 전세계에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가까운 미래에 TV에서 꼭 뵙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선수들 역시 "시즌 내내 안전하게 타시라"는 덕담과 함께 "나중에 또 만나면 좋겠다"는 인사를 전했다.
'중학교 1학년 유망주' 김예나(14·해밀학교1)는 지난해 회장배, 종별 대회 스노보드 1위를 휩쓴 동급 최강 에이스. "일반 보더들을 얕봤는데 큰코 다칠 일만 남은 것같다"며 동호인 친구들의 실력에 찬사를 보냈다. 더 많은 친구들이 스노보드의 매력을 알고 즐기길 바랐다. "스노보드는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 더 많은 분들이 겨울 스포츠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클로이김을 존경하고, 이상호를 좋아한다는 '평창키드'는 올림픽의 꿈도 당당히 전했다. "올해 꿈나무선수로 발탁됐는데 2024년 강원유스올림픽도 나가고, 올림픽도 나가서 이상호 선수를 뛰어넘는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제2의 이상호' 나올 것 "베이징올림픽 파이팅!"
이날 현장엔 '배추보이' 이상호의 스승인 이상헌 전 국가대표감독이 일일코치로 나섰다. 꿈나무 선수와 동호인이 어우러진 따뜻한 슬로프에서 이 감독은 "제2의 이상호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는 희망을 전했다. "취미로 스노보드를 타는 아이들이 우리 선수들을 보면서 선수의 꿈을 키우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스노보드 저변이 열악한데 '청스한'을 통해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더 많은 아이들이 경쟁하면서 더 좋은 선수가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청스한'의 취지에도 깊은 공감을 표했다. "엘리트 선수들은 보드를 취미로 타는 아이들과 어울리며 선수로서 자존감도 올라가고, 일반학생들은 선수의 꿈에 도전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긍정적인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했다. '청스한' 실무를 담당한 오동근 대한스키협회 생활체육팀 과장 역시 성공적인 첫 시도에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일반학생과 학생선수가 공존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정말 보람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학생들에겐 선수들과의 교류, 실전 코스 체험의 기회가 됐고, 선수들에겐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동호인들에게 스노보드를 보급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 엘리트와 생활체육의 선순환,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었던 날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용성 대한체육회 청소년체육부 주무도 "설원에서 아이들이 행복하게 달리는 모습을 보니 담당자로서 뿌듯했다. 올해를 시작으로 종목수, 대회수를 늘려가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곧바로 이어진 시상식, '베스트팀명상' '응원상' '페어플레이상'까지 참가선수 57명 모두가 빛나는 메달을 목에 걸고 활짝 웃었다. 일반학생에겐 1~3위 상장, 학생선수에겐 '우수 멘토상'이 수여됐다. 초등학생 딸과 엄마의 도란도란 대화에 절로 귀가 세워졌다. "엄마, 제일 잘하는 대표선수와 한조였는데, 동호인 친구가 넘어져서 3등 했어"라는 딸의 말에 어머니는 "이번에 처음 배운 친구잖아. 처음 치곤 굉장히 잘한 거야. 너 처음 탈 때 생각해봐"라고 답했다. 딸이 금세 "맞아, 맞아" 맞장구 쳤다. 모두가 행복한 '스노보드 한마당'의 마무리, 볼이 발갛게 달아오른 겨울아이들이 "베이징올림픽 스노보드 파이팅!" "청소년스포츠한마당 파이팅!"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용평리조트=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