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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발달장애인 축구선수, 내 얘기를 들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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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발달장애인 축구계의 에이스로 불리는 노영석(25)은 어릴적 프로선수를 꿈꾸는 축구 꿈나무였다.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취미로 축구를 시작했던 그는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아 '일반인 프로선수'의 꿈을 일찌감치 포기해야 했다. 특수학급에서 장애인 교육을 받았다.

하지만 '축구선수'의 꿈은 포기할 수 없었다. 축구가 미치도록 좋았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해치서울'이라는 장애인 팀에 입단한 뒤 하체 힘을 기르기 위해 크로스컨트리 대회에 나설 정도로 축구에 '진심'이었다.

2017년 9월 잉글랜드 에버턴의 발달장애인팀이 선수단을 이끌고 내한했다. 그때 '스페셜올림픽'의 한국지부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이용훈 회장) 발달장애인 팀 일원으로 친선경기에 참가한 선수 중에는 노영석도 있었다.

14일 경남 창녕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1년 스페셜올림픽 K리그 유니파이드컵'에 서울이랜드 통합선수단 대표로 참가한 노영석은 "그때 이후로 큰 꿈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에버턴의 내한을 시작으로 국내에도 발달장애인 축구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2018년 7월과 9월 인천과 수원이 두 차례에 걸쳐 통합축구 교류전을 개최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대표 선수단은 2018년 5월 영국에서 열린 '제2회 슈퍼블루 통합축구 친선교류전'에 참가했는데, 이때 서울 이랜드 구단이 축구 유니폼 등을 지원했다.

간헐적으로 친선전 형식으로 대표 선수단을 모집하던 스페셜올림픽코리아측과 프로축구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우러지는 통합축구의 활성화에 뜻을 모아 지난 9월 'K리그 통합축구대회(유니파이드컵)'을 설립했다. 노영석과 같은 발달장애인 클럽 선수들에겐 더없는 기회였다. 실제 프로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을 입고 비장애인 선수들과 뒤섞여 '진짜 축구대회'에 출전한다는 건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다.

서울을 연고로 하는 '해치서울' 소속의 노영석은 이랜드팀에 합류해 테스트 등을 통해 선발된 비장애인 선수(파트너)들과 함께 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노영석은 "일반 선수들과 장애인 선수들의 훈련방식은 다르다. 나는 평일에 장애인 선수들과 발을 맞추고 일주일에 1~2번씩 일반인 선수들과 전술훈련을 했다. 같이 훈련을 하면서 (비장애인 선수들과) 조금씩 친해졌다"고 말했다.

대회 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이랜드는 조별리그 3전 전승으로 우승했다. '스페셜올림픽 K리그 유니파이드컵'에선 우승팀을 '첫 번째 승리자'라고 바꿔 부른다. 모두가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한다는 대회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전 미드필더로 팀이 '첫번째 승리자'가 되는데 기여한 노영석은 "통합축구와 일반인 선수들이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 통합축구를 하면서, 저도 장애인이지만, 아무한테도 말을 안 걸었다. 저희에게도 편견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비장애인들과)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와 프로축구연맹은 발달장애인 선수들의 바람에 응답할 준비가 돼있다. 내년에 열릴 예정인 제2회 '스페셜올림픽 K리그 유니파이드컵'에는 참가팀수를 더 늘릴 계획으로, 궁극적으론 프로팀의 모든 구단이 참가하는 그야말로 리그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올해 안으론 올스타전을 통해 팬들에게 축구실력을 선보인다.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