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지금 최고의 외인 원투펀치를 꼽으라면 KT 위즈 '데스파이네-쿠에바스' 듀오가 빠질 수 없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는 팀내 에이스로 전반기 내내 기복없는 피칭을 펼치고 있다. 한동안 방황하던 윌리엄 쿠에바스는 최근 컨디션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으며 스태프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둘이 안정을 찾으면서 KT 선발진은 더욱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최근 활약상에서는 쿠에바스가 압도적이다. 불펜행 지시를 거부하면서까지 선발 보직에 애착을 보였던 그는 최근 3연승을 달렸다. 쿠에바스는 지난달 19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6⅓이닝 동안 9안타와 5볼넷을 내주고 6실점한 뒤 선발 박탈 위기에 처했다. 그를 불펜으로 돌린다는 계획을 세운 이강철 감독은 구단이 인센티브 내용에 불펜투수 관련 조항을 추가하도록 조율도 끝냈다. 그러나 쿠에바스가 고집을 부렸다.
그러자 이 감독은 당분간 선발 기회를 주기로 하고 "제 모습을 찾으면 다행이지만, 그래도 들쭉날쭉하면 가차없는 선발 박탈"이라고 했다. 채찍 전술이 먹힌 것일까. 이후 6월 25일 한화 이글스전서 5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쿠에바스는 지난 2일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7⅔이닝 4안타 1실점으로 승리를 따내더니 8일 삼성 라이온즈전서는 7이닝 4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시즌 5승째를 따냈다.
최근 3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0.46, 피안타율 1할4푼7리를 기록했다. 특히 볼넷을 크게 줄이며 투구수를 효율적으로 관리했다. 이게 바로 이 감독이 원했던 그 쿠에바스다. 사실 이 감독은 쿠에바스의 불펜행 판단이 본심은 아니었다. 직구 고집을 버리고 마운드에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라는 '각성' 요구였다. 이 부분을 쿠에바스가 이해하게 된 것이다.
쿠에바스의 기량과 캐릭터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이 3년째 함께 하고 있는 이 감독이다. 일종의 밀당 전략을 통해 성과를 받아낸 것이다.
데스파이네도 이 감독의 '잔소리'를 종종 듣는 편이다. 데스파이네는 지난해 입단할 때부터 하위타선을 상대로 무심코 한복판으로 던지거나 밋밋한 직구를 고집하는 습관이 있었다. 상위, 중심타선을 상대로는 강력한 직구와 다양한 변화구로 집중을 하다가 하위타선을 만나면 느슨해지는 탓에 이닝을 오래 버티지 못하고 경기를 그르치니 감독으로서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이 감독은 지난달 9일 "이닝이터라는 말만 듣지 구위가 좋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었다. 제구가 들쭉날쭉해 쓸데없이 주자를 내보내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었다.
데스파이네는 지난 11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6이닝 동안 4안타를 내주고 2실점하며 패전을 안았지만, 삼진 11개를 잡는 위력적인 구위와 안정적인 제구력으로 에이스 본색을 드러냈다. 최근 6경기에서 5번의 퀄리티스타트를 올리며 3승2패, 평균자책점 2.62를 기록했다. 데스파이네의 강점은 기복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집중력도 크게 개선됐다.
어느 감독이든 외국인 선수들을 다루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 이 감독은 수석, 투수코치 시절부터 이들을 다루는 법을 터득했다고 한다. '밀당'은 방법 중 하나고, 기본은 신뢰다. 서로 소통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