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사이영상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모양새다.
류현진은 19일(이하 한국시각)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7이닝 동안 4안타를 내주고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눈부신 호투로 8대0 승리를 이끌며 시즌 4승째를 거뒀다.
지난 13일 애틀랜타 브레이스를 상대로 7이닝 5안타 1실점으로 승리를 따낸데 이어 2경기 연속 7이닝을 채우며 에이스 모드를 이어갔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 보스턴의 막강 타선을 무력화했다.
MLB.com은 '오늘 토론토 에이스는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다. 그가 트레이드마크인 오프밸런스 투구로 보스턴 타자들의 밸런스를 무너뜨린 것은 그가 게임에 몰두했다는 확실한 증거'라고 평가했다.
캐나다 최대 매체 토론토선은 '토론토의 공격에서 잘 짜여진 접근 방식이 마운드에서는 류현진에 의해 구현됐다'며 '그는 중요한 순간 레퍼토리를 적절하게 섞는 기가 막힌 투구로 레드삭스 타선을 요리했다. 올시즌 처음으로 100개의 공을 던지면서 볼넷없이 삼진 7개를 잡아냈다'고 전했다.
토론토는 구단 트위터에 '류는 자신이 엘리트라는 걸 알아야 한다', '류는 넋을 빼놓았다' 등의 문구로 팬들과 기쁨을 함께 했다. 현지 언론과 구단이 하나가 돼 류현진의 피칭에 찬사를 보낸 것이다.
이날 호투로 류현진은 평균자책점을 2.95에서 2.51로 크게 낮췄다. 아메리칸리그 10위권 밖에 있던 평균자책점 순위가 두 경기 연속 호투로 8위까지 올랐다. 눈에 띄는 건 WHIP(이닝당 출루허용)가 0.99로 마침내 '1'의 벽을 깼다는 점이다. 이 부문서 리그 7위가 됐다.
아직은 류현진을 사이영상 경쟁자로 보기는 어렵다. ESPN이 지난 18일 소개한 양리그 사이영상 후보 순위에서도 류현진은 아메리칸리그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1위 볼티모어 오리올스 존 민스, 2위 뉴욕 양키스 게릿 콜, 3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셰인 비버, 4위 캔자시스티 로열스 대니 더피, 5위 탬파베이 레이스 타일러 글래스노우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매튜 보이드 순이었다.
이 가운데 사이영상 레이스에서 가장 앞선 투수는 민스다. 8경기에서 4승무패, 평균자책점 1.21, WHIP 0.71, 피안타율 0.152를 기록 중인 그는 지난 6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9이닝 무안타 무실점으로 노히터를 연출하며 주목받았다.
콜은 지난 18일 텍사스 레인저스를 상대로 5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7안타를 얻어맞고 5실점해 패전을 안았지만, 5승2패, 평균자책점 2.03, 85탈삼진, WHIP 0.78로 여전히 강력한 수치를 자랑하고 있다. 비버(4승3패, 3.17)는 양리그 통틀어 최다인 92개의 탈삼진을 마크하고 있고, 더피(4승3패 1.94 48K), 글래스노우(4승2패 2.35 85K), 보이드(2승4패 2.45 37K) 등도 에이스 포스를 이어가고 있다.
사이영상 투표는 MVP와 달리 팀 성적이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오로지 투수 개인의 능력만 따진다. 다승이 최근 '무시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투표 기자단은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투구이닝을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로 꼽는다. 이 가운데 류현진이 어필할 수 있는 항목은 평균자책점이다.
류현진은 2019년 2.32로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랐지만, 후반기 몇 차례 무너지며 1점대 평균자책점을 지키지 못해 제이콥 디그롬에게 사이영상을 내줬다. 지난해에는 2.69로 아메리칸리그 4위를 차지했다. 꾸준히 6~7이닝을 최소 실점으로 막아야 평균자책점 톱을 다툴 수 있다. 간혹 완투도 필요하다. 그게 바로 '빈티지 류(vintage Ryu)'다. 최근 2경기 연속 7이닝을 안정적으로 던진 만큼 사이영상 모드를 탔다고 봐도 무방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