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 최초 우주 SF 블록버스터 '승리호'(조성희 감독, 영화사 비단길 제작)가 코로나19 사태로 1년여간의 방황 끝에 마침내 다음달 5일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개국에 공개된다.
'승리호'는 2092년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후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류스타' 송중기의 '군함도'(17, 류승완 감독) 이후 4년 만의 복귀작이며 김태리 역시 '리틀 포레스트'(18, 임순례 감독) 이후 3년 만에 스크린 컴백으로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충무로 '신 스틸러' 진선규, 유해진 등이 가세했고 '늑대소년'(12)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16)의 조성희 감독이 연출을, 투자·배급사인 메리크리스마스가 순제작비 240억원을 투자해 만든 한국판 블록버스터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더구나 '승리호'는 할리우드의 전유물로 꼽혔던 우주 SF 장르를 최초로 시도하는 충무로판 우주 SF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조성희 감독의 상상력과 국내 기술력이 만들어낸 한국 최초 우주 SF 장르로 기대치가 높았던 '승리호'는 2019년 7월 3일 첫 삽을 떴고 그해 11월 2일, 총 74회차를 끝으로 크랭크 업 해 곧바로 후반 작업에 돌입했다. 화려한 캐스팅과 막대한 버젯이 투입된 만큼 1년 중 가장 관객이 많이 동원되는 텐트폴 시장에 1000만 기록을 목표로 항해를 이어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변수를 맞으며 난항을 겪게 됐다.
'승리호'는 지난해 가장 큰 시장인 여름 텐트폴 영화로 첫 번째 출사표를 던졌지만 장기화된 코로나19로 개봉을 연기, 모든 마케팅 일정을 미루고 한발 물러서게 됐다. 이후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추석 극장 개봉을 준비하며 적극적인 홍보를 이어갔지만 이 또한 급격하게 늘어난 코로나19 확산으로 두 번째 개봉 연기를 알렸다.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개봉 카드를 꺼냈지만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격상으로 개봉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접어들면서 '승리호'는 최종적으로 극장 개봉을 포기, OTT(Over-The-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인 넷플릭스 공개를 선택하게 됐다. 지난해 여름을 시작으로 추석, 겨울 시즌 방황을 이어간 '승리호'는 끝내 넷플릭스를 통해 위기를 모면했다.
지난해 총제작비 117억으로 만든 영화 '사냥의 시간'(윤성현 감독)에 이어 국내 블록버스터로는 두 번째로 넷플릭스 공개를 선택한 '승리호'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케이스이기도 하다. 지난해 여러 차례 개봉 연기로 마케팅 손실이 커진 '승리호'는 이번 넷플릭스에 판권을 넘기면서 310억원을 받게 된 것. 국내 극장가 상황은 최악을 이어가고 있고 큰 버젯의 블록버스터가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힘든 상황에서 '승리호'는 손익분기점을 넘어 70억원의 수익을 덤으로 받으며 이익을 취했다. 여기에 넷플릭스는 190여국에 콘텐츠를 공개하는 월드와이드 시장인 만큼 '승리호' 콘텐츠 자체로도 전 세계 많은 관심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