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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닥터' 이수찬의 솔직한 관절톡] 무릎 십자인대 수술은 계속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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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5년 전 씨름 선수가 경기하다 무릎을 삐끗해 십자인대가 끊어져 내원한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십자인대 수술이 발달하지 않아 수술을 해도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였다.

의대에서 공부할 때 교과서에 '십자인대가 끊어지면 지옥의 시작'이라는 내용이 있을 정도였고, 의사들도 십자인대 수술을 부담스러워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십자인대 수술이 꾸준히 발전해 지금은 성공률이 95%에 달하고 예후도 좋다. 수십 년 동안 의학과 의술이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본 나로서는 감회가 남다르기도 하다.

예전에는 십자인대가 끊어지면 20㎝가량 절개해 관절을 다 열어놓고 끊어진 인대를 봉합했다. 이러한 방식은 별 효과가 없었다. 끊어진 인대를 다시 봉합해도 원래의 튼튼한 인대로 돌아갈 수도 없고, 수술 후 석고 깁스를 오래 해 관절이 경직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은 단순히 끊어진 인대를 봉합하는 수술은 하지 않는다. 아예 다른 사람의 사체에서 동일한 인대나 힘줄 혹은 자기 몸에 있는 힘줄을 이용해 새로 만들어주는 '인대 재건술'을 많이 한다. 더구나 내시경 시술이 발달하면서 피부를 많이 절개하지 않고 두 개의 작은 구멍만으로도 훌륭하게 인대를 재건할 수 있다.

더 이상 십자인대 수술은 의사들이 두려워하는 수술이 아니다. 그럼에도 인대가 손상되었다고 무조건 수술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생활하는데 얼마나 불편한지, 수술을 하지 않으면 관절염이 올 정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젊은 사람이 인대를 다치면 수술을 많이 한다.

십자인대는 젊은 사람들이 스키나 축구 등 아주 활동적인 스포츠를 즐기다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 무릎에는 앞, 뒤, 내측, 외측 등 총 4개의 인대가 있다. 무릎 앞쪽에 있는 인대를 전방십자인대, 뒤에 있는 인대를 후방십자인대라고 부른다. 겨울철에 많이 즐기는 스키를 탈 때 주로 손상되는 십자인대는 전방 십자인대이다.

운동 선수 중에도 십자인대가 끊어져 고생한 분들이 많다. 이동국 선수가 대표적인데, 2006년 독일 올림픽을 앞두고 K리그 경기 도중 십자인대 파열로 쓰러졌다. 그 사고로 2002년에 이어 2006년에도 올림픽에 참석하지 못한 비운의 선수가 되었지만 외국에 가서 수술을 받고 오랜 재활기간을 거쳐 10여 년 이상 선수생활을 하고 얼마 전에 은퇴했으니 인생 역전이 따로 없다.

이처럼 젊은 사람이 십자인대를 다쳤을 경우 적극적으로 수술하는 것이 좋다. 방치할 경우 일상이 불편한 것은 물론 조기에 관절염이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60세가 넘고 이미 관절염이 있는 상태라면 수술을 권하지는 않는다.

중앙아시아에도 국내 병원이 선진의료를 전파하기 위해 나가 있는데, 여러 수술 중 십자인대 수술을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력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인대 재건술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가 있는데, 그 나라에서는 재료를 통관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해도 그 의술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의사가 되기 어렵다.

최근 등장한 로봇 인공관절수술도 마찬가지다. 의사가 눈으로 직접 보면서 기존의 수술하는 방식보다 정확도가 뛰어나지만 아직까지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모든 사람이 로봇 수술을 받기는 어렵다. 좀 더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움말=힘찬병원 이수찬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