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걸그룹 출신'이라는 틀을 깨는 여배우들의 도전과 활약이 눈부시다.
아이돌 그룹 출신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사라진 지 오래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배우로서 스크린과 드라마를 오가며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대중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그룹 출신 여배우들의 캐릭터에는 언제나 보이지 않는 한계가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강력한 10대 스타의 이미지로 인해 가벼운 로맨스물의 주인공이나 전형적인 이미지의 캐릭터로 소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흔히 말하는 걸그룹 멤버 이미지로서 쉽게 선택하기 힘든 캐릭터와 작품을 과감히 선택, 뛰어난 연기력과 완성도를 보여주며 틀을 깨고 있다.세련되고 시크한 이미지의 f(x) 출신 정수정(크리스탈)은 첫 스크린 데뷔작 '애비규환'(최하나 감독, 12일 개봉)에서부터 아이돌 그룹 멤버가 쉽게 선택하기 힘든 젊은 임산부 역을 맡아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무대에서 보여준 늘씬하고 화려한 크리스탈의 모습이 아닌 민낯, 통통해진 몸, 여기에 임신 5개월차 배 모형을 찬 정수정의 모습은 생소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생소함도 잠시, 당당하고 거침없는 캐릭터와 꼭 맞는 싱크로율과 물오른 연기력으로 시사회에서부터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언론시사회에서 정수정은 "임산부 캐릭터를 제안을 받았을 때 한숨을 쉬었다. 너무 큰 도전이기 때문에 망설인 것도 사실이다"라면서도 "하지만 대본을 읽은 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한번에 대본을 읽고 바로 하겠다고 했다. 그만큼 재미있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정수정의 연기 변신은 드라마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방영중인 OCN 드라마 '써치'에서는 특임대의 브레인이자 여학군단 출신의 강인한 화생방 방위사령부 특임대대 중위 역을 맡아 로맨틱 드라마의 이미지를 탈피, 연기의 폭을 넓히고 있다.이제는 걸그룹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배우로서 전방위적인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수지 역시 지난 해 말 개봉한 영화 '백두산'(이해준·김병서 감독)에서 임산부 역할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수지는 스크린 데뷔작 '건축학개론'(이용주 감독)을 통해 명실상부한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기에 그의 과감한 캐릭터 선택이 눈길을 끌었다.
극중 수지와 부부 호흡을 맞춘 하정우는 "저와 나이차이도 있고 임산부 역할인데 수지씨가 택할까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수지씨는 도전에 대해 거리낌이 없었다. 촬영을 하면서도 캐릭터를 본인화해서 소화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놀라웠다. 아이돌 출신이라는 선입견이 조금 있었을 수도 있는데, 그것이 처참히 깨지는 계기가 됐다"고 극찬했다.
늘 밝고 건강한 이미지로 사랑 받았던 EXID 출신 안희연(하니)은 첫 스크린 주연작 '어른들은 몰라요'(이환 감독, 내년 개봉)로 180도 이미지를 변신했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영화 '박화영'으로 가출팸 청소년들의 생활을 리얼하게 보여주며 평단과 관객에 충격을 안겼던 이환 감독의 차기작이다. '박화영'의 외전 격인 작품으로 세상의 폭력에 내던져진 10대 청소년 무리가 임신을 하게 된 친구의 유산을 돕기 위해 방법을 찾아나서는 영화로 '박화영'만큼의 충격과 묵직한 사회적 화두를 던진다.안희연은 극중 임신을 한 10대 청소년 세진(이유미)이 길거리에서 만나게 된 친구 주영 역을 맡았다. 세진과 절도를 하며 지내던 주영은 돈을 벌려다 오히려 친구 세진을 원조교제 늪으로 빠뜨리는 인물. 스크린에는 늘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하니가 아니라 폭력과 고통의 끝에 내몰린 소녀 주영만 있을 뿐이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월드프리미어로 초청을 받아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고, 하니의 놀라운 변신에 관객들의 호평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