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이번엔 끝'이라던 인천 잔류의 기적을 만든 '조성환 매직'

by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너무 좋아서 잠이 안오더라고요. 수많은 전화와 문자를 보고 다시 실감하고 있습니다." 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미소였다.

모두가 이번에는 '진짜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럴만 했다. 인천은 15라운드까지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지난 여름과 달리, 원하는 선수를 100% 데려오지도 못했다. 전력면에서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실제로도 그랬다. 설상가상으로 인천 내부는 여러 내홍을 겪고 있었다. '소방수'로 낙점된 조성환 감독은 최상의 카드로 평가받았지만, '잔류'까지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모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잘 떨어지는 것'이 내년을 위한 '현실적인 목표'라고 했다. 심지어 인천 내부에서도 그렇게 생각했다.

인천은 적어도 '가을에서만큼은' 항상 예상이 빗나가는 팀이다. 인천이 또 살아남았다. 인천은 10월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최종전에서 전반 31분 터진 아길라르의 결승골을 앞세워 1대0으로 이겼다. 승점 27이 된 인천은 11위로 또 한번 극적인 잔류에 성공했다. 5년 연속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잔류의 짜릿한 기쁨을 맛봤다. '잔류왕'이라는 평가가 딱 어울리는 행보다.

'조성환 매직'으로 밖에 설명할 수 없는 지난 3개월이었다. 인천은 16라운드 대구FC전 승리를 시작으로 12경기에서 무려 7승을 챙겼다. 가장 기적 같은 잔류라고 불리는 2016년을 뛰어넘는 드라마였다. 앞서 언급한데로 인천은 최악의 위기에 놓였다. 프런트, 선수단 모두 흔들리고 있었다. 8월 부임한 조 감독은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안좋다"고 했을 정도였다. 몸도, 마음도 준비가 되지 않은 선수들이 너무 많았다.

조 감독은 하나씩 바꿔나갔다. 일단 선수들의 마음가짐부터 바꿨다. 그는 선수들에게 "너희들이 그동안 노력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99%를 쏟아부엇다고 해도 결국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1%다. 이를 다 하지 않았으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당장 강등과 잔류의 기로에 있었지만, 오히려 더 멀게 보기로 했다. 조 감독은 "당장의 싸움에 집중했기 때문에 인천이 매년 강등권에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단호히 말했다.

조 감독은 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4가지 원칙을 세웠다. 조 감독은 "부임 하며 원팀, 기본, 소통, 경쟁을 기본 원칙으로 삼았다"고 했다. '원팀'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고, 생활이나 훈련, 경기에서 '기본'을 철저히 지키자고 했다. 팀이 안될때 외부에서 요인을 찾고, 남탓을 하는 대신 '소통'을 통한 내부 힘으로 극복을 노렸고, 잘 준비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경쟁'을 유도했다.

동기부여에 일가견이 있는 조 감독 답게 사비를 털어 식사, 게임 등을 이어가며 분위기를 살렸다. 효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데뷔전에서 성남에 완패(0대2 패)한 인천은 이후 대구전에 이어, 중요한 수원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살아나기 시작했다. 불씨에 불이 붙으니, 인천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가을 바람에 불은 더욱 커졌다. 조성환식 스리백이 자리를 잡으며 수비가 안정감을 찾았고, 아길라르를 극대화한 전술로 무고사, 송시우 등이 터지기 시작했다. 성남전 6대0 완승은 그 정점이었다. 다득점 문제까지 해결하며 잔류의 고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더욱이 '강등 라이벌' 부산 아이파크와 성남FC가 부진으로 추락을 거듭하고 있었다. 조 감독도 "이때 처음 잔류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역시 쉬운 잔류는 없었다.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스리백의 핵심이었던 김연수가 쓰러졌다. 강행군을 이어오던 '임대생' 오반석도 햄스트링에 탈이났다. 스리백이 완전히 붕괴됐다. 측면에서도 부상자가 속출했다. 베스트11을 짜기도 어려운 상황. 인천은 결정적 순간, 연패에 빠졌다. 다시 최하위로 추락했다. 조 감독도 "여기까지 온게 너무 아쉬워서, 그래서 살아남기 위해 더 고민하느라 더 힘겨운 시기"였다고 했다.

남은 두 경기, 미끄러지면 끝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부산과 성남이 살아났다. 고비는 26라운드였다. 전날 성남이 승리하며, 패하면 강등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상대는 살아난 부산이었다. 인천 내부에서도 "여기까지인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인천은 전반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다녔다. 하지만 이때 진짜 조 감독의 마법이 나왔다. 냉철하게 상황을 진단하던 조 감독은 김대중 카드를 꺼냈다. 높이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산이었다. 동시에 송시우를 투입해 스피드까지 보강했다. 이는 멋지게 통했다. 김대중은 멋진 헤더로 동점골을 만들었고, 70초 뒤 정동윤이 역전골을 넣었다. 조 감독도 "너무 힘들었는데, 역전 순간 뭉클했다"고 했다.

기세가 올랐지만,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조 감독은 분위기를 띄우면서도 선수들의 집중력을 유지시켰다. 그리고 승리하면 자력으로 잔류를 확정지을 수 있었던 서울전. 조 감독은 후반 아길라르에 무고사까지 빼는 강수를 두며 승리를 지켜냈다. 치밀한 준비와 계산, 그리고 선수들에 대한 믿음으로 만든 승리였다. 고 김남춘 선수 추모 분위기 속 활짝 웃을 수는 없었지만, 조 감독은 그제서야 두달 동안 자신을 괴롭힌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조성환 매직'이 만든 기적이었다. '주장' 김도혁도 "감독님이 우리를 깨웠다"고 했다. 조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고 야인생활을 하다보니 지금이 가장 소중한 것 같다. 그래서 잔류한 지금이 내 커리어에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라며 "모두가 열심히 해준 덕분이다. 너무 좋아서 한숨도 못잤다. 팬들에게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기쁘다"고 웃었다. 이어 "어렵게 잠에 들어 깨고 보니 이제 걱정이 생기더라. 아직 갈길이 멀다. 내년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할 생각"이라고 했다. '조성환 매직'은 '끝'이 아닌 '시작'일지 모른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