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주환 기자]19세 이강인(발렌시아)에게 이번 주말 개막하는 2020~2021시즌 스페인 프리메리라가는 많이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팀내 입지가 달라졌고, 이번 시즌부터 '진짜' 시험대에 오른다. 이강인은 구단주가 키우고 싶어하는 유망주다. 어린 선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새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팀 영건들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한 기존 주전급 선수들이 대거 이적했다.
이강인의 발렌시아가 14일 오전 4시(한국시각) 스페인 발렌시아 홈구장에서 새 시즌 레반테와 개막전을 갖는다. 첫판부터 지역 연고 더비 매치다. 이강인의 선발 출전 기대감이 올라가고 있다.
이강인은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도 1년 전과 똑같은 과정을 밟았다. 시즌 말미, 출전 시간 부족을 이유로 구단에 이적 의사를 내비쳤다. 스페인 및 유럽 매체들에 따르면 마르세유 니스 잘츠부르크 등에서 이강인을 원했다. 이적 또는 임대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강인은 2019년 여름에도, 그리고 올해도 자신이 유스 시절을 보낸 발렌시아 잔류를 결정했다. 발렌시아 구단은 이강인을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피터 림(싱가포르 부호) 구단주가 이강인을 팀의 미래로 판단하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감독들에게 "이강인을 키워라"고 주문한다. 팀 성적과 이강인 등 유망주 성장, 둘 사이에서 밸런스를 잘 잡지 못했던 마르셀리노 감독과 셀라데스 감독이 2019~2020시즌 도중 경질되기도 했다. 구단주는 새 시즌을 앞두고 하비 그라시아 감독(스페인 출신)에게 새 지휘봉을 맡겼다. 구단주는 사장과 감독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젊은 선수 위주의 팀 재편이다. 발렌시아는 지난 시즌 리그 9위로 부진했고, 그로 인해 유럽클럽대항전 진출이 좌절됐다. 코로나19 등과 겹쳐 구단 경영이 어려움에 직면했다. 발렌시아 구단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기존 핵심 미드필더이자 주장 파레호와 코클랭(이상 비야레알), 윙어 페란 토레스(맨시티) 그리고 센터 포워드 로드리고(리즈)를 팔아치웠다. 이강인과 발렌시아 유스에서 함께 성장한 페란 토레스는 이적이 결정된 후 파레호 등 팀 선배들이 이강인과 자신 같은 영건들을 팀내에서 따돌림했다고 폭로했다.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구단은 파레호와 코클랭을 헐값에 팔았다.
이런 급작스런 변화 속에서 이강인의 팀내 역할이 커진 건 분명하다. 파레호가 줄곧 맡았던 공수 연결 고리인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두고 이강인과 솔레르 등이 경합을 벌이게 됐다. 이강인의 성향상 공격형 미드필더가 최적의 위치다. 자리는 윙어 보다는 가운데가 더 맞다. 왼발 프리킥을 많이 차도록 해주면 이강인의 정확한 킥 솜씨가 빛을 발할 수도 있다.
발렌시아는 프리시즌 4경기서 3승1무로 좋은 흐름을 탔다. 이강인은 세번째 레반테와의 친선경기서 처음으로 주장 완장을 찼다. 마지막 카르타헤나와의 친선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공격형 미드필더로 후반 2골을 몰아쳤다. 두 골 장면에선 강한 전방 압박과 좁은 공간에서의 정확한 왼발슛이 빛났다. 이강인은 "우리는 프리시즌에 잘 준비가 됐다. 느낌이 좋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팀 모두가 좋은 시즌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2019~2020시즌 리그 17경기에 출전, 2골을 넣었다. 이강인은 현재 발렌시아 구단과 2022년 6월말까지 계약돼 있다. 구단과 계약 연장 협상 중이다. 전문가들은 새 시즌 라리가 우승을 놓고 지난 시즌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와 메시가 잔류한 FC바르셀로나가 양강 대결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