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로서, 인간으로서 길을 잃었었다. 하지만 한번도 포기한 적은 없다."
지난 27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위 맨유와 5위 레스터시티의 최종전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리고 8분이나 더 흐른 시점, 38라운드를 기다린 제시 린가드의 골이 터졌다. 올시즌 최종전, 마지막 골은 린가드의 시즌 첫 골이었다. 1-0으로 앞서던 후반 32분 린가드가 투입됐다. 린가드가 올 시즌 단 한 골도, 1도움도 기록하지 못한 채 끝낼 것이라는 명제를 두고 일부 팬들이 비난을 넘어 베팅까지 하며 조롱하는 지경에 이른 상황. 후반 추가시간의 추가시간, 종료 휘슬 5초 전인 '90+8분' 올시즌 내내 침묵하던 린가드의 마수걸이 골이 터졌다. 레스터시티 골키퍼 슈마이켈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잽싸게 볼을 가로채 골망을 흔들었다. 올시즌 6경기 선발, 22경기 출전만에 터진 1호골, 2018년 12월 22일 카디프시티 원정(5대1승) 이후 1년 8개월여 만에 터진 리그 골이었다. '린가드의 올시즌 0골0도움'에 자신 있게 베팅한 팬은 3.3파운드(약 5000원)를 베팅해 132파운드(약 151만 원)를 돌려받는 '대박(?)'을 놓치고 "진정한 왕을 결코 의심해선 안됐다"며 망연자실했다.
29일(한국시각) 린가드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프로 인생을 통틀어 가장 힘들었던 올 시즌 마음고생을 솔직히 털어놨다.
"올시즌은 아주 많은 이유에서 힘들었다"고 인정했다. "나는 선수로서, 인간으로서 길을 잃었다. 하지만 결코 포기하기를 원한 적은 없다"고 했다. "나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고, 이전에 내가 갔던 지점에 다시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는 곧 내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해야한다는 것,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해 나를 돕는 내 주변 사람들을 믿어야 한다는 의미였다"고 덧붙였다.
린가드는 "나는 팬들이 실망해오셨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맨유맨으로서의 애정을 표하는 한편 더욱 가열찬 노력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맨유, 맨유와 연결된 모든 이들에 대한 내 사랑은 단 한번도 떠난 적이 없다. 이 팀, 이 클럽은 나의 가족이고 나는 이 팀과 이 팀의 목표를 이뤄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더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